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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외국인 매수강도 580대에서는 약해질 듯"

입력 | 2001-01-05 16:35:00


올들어 외국인들이 나흘만에 1조원 이상을 순매수하자 그 배경과 지속여부를 놓고 온갖 관측이 난무하고 있다.

대다수 증시전문가들은 국내경기 둔화와 구조조정지연, 과도한 한국주식보유 등을 근거로 올해 외국인들의 순매도를 전망했다.

이들의 예상과 달리 외국인들은 연초부터 1조원 이상을 사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포항제철 등 핵심우량주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종합주가지수(이하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지난주(12월 28일∼1월3일) 미국 뮤추얼펀드업계에서 130억달러의 환매가 발생했는데도 연초부터 순매수에 나선 배경을 해석하느라 국내 증시전문가들은 고심하고 있다.

승철환 현대투자신탁 수석펀드매니저는 "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 따른 전세계적인 유동성 장세 도래의 기대감과 지난해 한국주식시장의 낙폭이 제일 컸다는 점에서 연초부터 저가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한다.

드레스너 클라인워트벤슨증권이 승 수석펀드매니저의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

4일 보고서에서 드레스너 증권은 "FRB의 금리인하로 미국계 펀드의 신흥시장에 대한 위험선호도가 줄어들었다"며 "아시아태평양 국가중에서 중국과 대만, 한국, 홍콩이 수혜를 입을 것이다"고 밝혔다.

외국인들이 증시부양을 통해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겠다는 한국정부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점도 순매수 배경으로 제기된다.

즉 각종 연기금을 동원한다거나 투기등급 회사채를 인수해주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주식시장을 부양하겠다고 나선 정부정책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창훈 맥쿼리-IMM자산운용 상무는 "산업은행을 통해 현대전자 만기회사채를 인수하는 등 국내기업의 부도위험이 대폭 줄어들어 매매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같은 단기처방전의 한계를 외국인들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이 상무는 인정한다.

황금단 삼성증권 시황분석팀 선임연구원도 "해외법인팀을 통해 확인한 결과 외국인들이 구조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부도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높이 사 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황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들이 올해 순매도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덧붙인다.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종합주가지수 580포인트대에서도 순매수할 것인지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힌다.

이 상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류는 현정부가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것에 대해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어 순매도 기조를 보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특히 580포인트대에선 저가메리트도 줄어들어 추가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 상무의 견해를 뒷받침하듯 골드만삭스 증권은 5일 "FRB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한국시장에 대해 비중축소(Underweight)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정부의 구조조정 지연을 비중축소 등급을 유지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오성식 리젠트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도 "나흘간의 매매를 보고 외국인들이 올해도 순매수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며 "금리인하 효과가 사라지면 외국인들은 곧바로 순매도로 전환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물론 김철중 쟈딘플레밍 시황분석가처럼 "지난해 외국인들이 11조 370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며 "외국인들의 순매수에 과잉반응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국내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착실히 진행하면 외국인들이 매도할 이유도 없고 국내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이 매수에 가담하면서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영암 pya84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