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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쟁사간 개발-판매 제휴 붐

입력 | 2001-01-05 18:45:00


‘적과도 손잡는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21세기 무한경쟁시대를 맞는 기업들의 화두는 ‘협력’이다. 전세계적으로 ‘무국적 기업’이 대거 출현하면서 기업들이 ‘적과도 동침’하는 변화의 대세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고 있다.

반드시 제압해야 이기는 정글의 세계에서 벗어나 ‘상생(相生)의 묘’를 찾고 있는 것이다.

▽경쟁사 제품을 더 판다〓삼양사는 최근 설탕업계 맞수인 제일제당과 항암제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유방암 치료제 ‘제넥솔’을 제일제당의 유통망을 통해 팔기로 한 것. 삼양사는 또 금연보조제(니코스탑) 협심증치료제(앤지덤) 등은 대웅제약을 통해, 관절염치료제(륨스탑)은 종근당을 통해 팔고 있다. 제일제당도 발기부전 치료제인 ‘SS크림’의 판권을 태평양제약에 줬다.

맥스웰캔커피 사조참치 몽고간장 유동골뱅이 홍삼원 등도 제일제당을 판매원으로 슈퍼마켓이나 대형 할인점들에 납품되고 있다. ‘미원’으로 유명한 대상은 밀가루 2차 가공제품인 빵가루를 대한제분을 통해 팔고 있다.

주류업계의 맞수인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는 500㎖와 640㎖짜리 빈 병을 함께 재활용하고 있다. 마르셰 아웃백스테이크 시즐러 TGI프라이데이 토니로마스 등 5개 패밀리레스토랑은 공동 인터넷 사이트(www.bigfamily.co.kr)를 열어놓았다.

▽협력에는 국경이 있을 수 없다〓갤러리아백화점 대전 타임월드점은 신세계백화점이 자체 상표(PB)로 개발해 내놓은 ‘아이비하우스’ ‘샤데이’ 등 5개 제품을 납품받고 있다. 신세계의 PB 제품은 안양 본, 청주 흥업, 분당 삼성백화점 등에도 들어간다.

신세계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독점 수입 판매하는 조르조 아르마니 에스카다 등은 경쟁사인 현대 롯데 갤러리아 백화점에 납품된다. 현대는 삼성플라자 애경백화점 대구백화점 미도파백화점 등과 상품권 제휴를 맺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전세계 자동차업계의 짝짓기 열풍에 발맞춰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이미 전략적 제휴를 했다. 또 지난해 급속히 성장한 인터넷 자동차 사이트들도 생존을 위해 합종연횡을 모색중이다. 이미 아이컴즈콤 딜웨이 등 관련 사이트 30여개사가 모여 자동차 인터넷 비즈니스 네트워크협회(KAINF)를 만들어 활동 중.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최근 일본 MOL과 K라인, 독일 세나토 등 세계 유력 해운업체와 함께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며 포항제철도 조강생산 세계 1, 2위를 다투는 일본 신일본제철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중이다.

신현암(申鉉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 기업 안에서도 특정 사업부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 전체로는 적이라도 손을 잡고 있다”며 “경쟁이 격화될수록 적과의 동침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