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와 베토벤
로맹 롤랑 지음 박영구 옮김
261쪽 7500원 웅진닷컴
◇괴테와의 대화
요한 페터 에커만 지음 박영구 옮김
675쪽 1만5000원 푸른숲
멘델스존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을 들은 괴테는 말했다. “이 곡은 정서에 전혀 호소하지 않고, 그저 놀라움만 줄 뿐이네. 정말 놀라워!” 그리고 나서 괴테는 다시 묵묵히 침묵을 지키다가 한참 뒤에 말을 꺼낸다.
“정말 엄청나군. 아주 기막히게 훌륭해! 집이 무너져 내리지나 않을까 두렵기까지 할 정도네. 마치 온 인류가 한꺼번에 연주하기라도 하는 듯한 음악일세!” 그러더니 괴테는 저녁 식사 중에 다시 딱딱한 표정이 됐다.
이 장면을 묘사하며 로맹 롤랑은 “괴테는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질서 잡힌 자신의 삶과 사상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속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소개한다.
괴테와 베토벤, 두 사람 가운데 베토벤이 불 같은 성격에다 곧잘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디오니소스’였다면 괴테는 ‘올림포스의 신’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롤랑은 둘 중 더 큰 인간적 단점을 지닌 사람은 괴테였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괴테는 강한 정신력으로 그런 자신의 단점을 인식하고 자기 내면 세계의 한계를 규정했다.
괴테보다 21세 연하였던 베토벤은 어린 시절부터 괴테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베토벤은 괴테를 존경하여 날마다 그의 작품을 읽었다. “시의 내용 뿐 아니라 운율까지도 매혹적입니다. 괴테의 언어를 접하면 저절로 마음이 움직여 작곡을 하지 않고선 도저히 못 견딜 정도라오. 그의 언어는 마치 영혼을 거쳐서 나오는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야말로 고상한 체계로 구성돼 조화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요.”
베토벤은 영감을 얻은 괴테의 시 ‘마르지 말라, 영원한 사랑의 눈물이여’와 ‘미뇽’에, 그리고 그의 희곡 ‘에그몬트’에도 곡을 붙였지만 궁정인사들과 어울리는 괴테의 귀족적 취향은 못마땅해 했다.
19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롤랑은 1811년 경 이 두 거장의 짧은 만남을 중심으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준 영감과 당시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엮어낸다.
이에 비하면 1823년부터 1832년까지 10년 동안 1000 회에 가까운 만남을 통해 괴테와 나눈 대화를 기록한 에커만의 책은 인생과 세계를 넘나드는 지적 학문적 영역으로 독자를 이끈다.
이 책의 미덕은 거장과의 오랜 만남을 통해 깊어가는 대화의 성숙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대가와 만난다는 것의 행복함과 그 이득을 누누이 이야기하는 에커만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다.
대 문호 괴테는 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넓고 풍부하며, 인생은 너무나 다양하므로, 시를 쓰고자 하는 동기가 없어지는 일은 결코 없을 거네. 하지만 모든 시는 어떤 계기에서 쓰여져야 하네.… 어떤 특별한 사건도 시인이 그것을 다룰 경우에만 비로소 보편성을 띠며 시가 되는 법이네.”
두 책 모두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번역했던 전문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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