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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울산시 울주군    소호리 참나무림

입력 | 2001-01-05 19:26:00


지난 10월 말 심사단이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를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길었다.

이른 아침 울산행 첫 비행기를 타고 울산공항에 도착, 다시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야 했다.

그러나 소호리를 찾아가는 길은 멀었지만 거리를 잊게 해줄 정도로 그 풍경은 아름답기만 했다.

소호리를 찾아가며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산들을 모두 볼 수 있었고 햇빛이 하루종일 든다는 양지마을, 그리고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음지마을 등 아기자기한 산골마을들을 보는 재미가 참으로 쏠쏠했다.












◀단풍이 많이 떨어져 풍성하진 않지만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있는 참나무들

목적지에 가는 길이 너무도 아름다워 눈이 높아져 목적지인 소호리는 정작 아름답게 보이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엉뚱한 생각을 가지고 심사단은 드디어 소호리 참나무림에 도착했다.

그러나 심사단의 '괜한' 우려는 정말 괜한 것이었다.

절정의 단풍시기는 지났는데도 멀리로 보이는 낙엽송 숲의 단풍끝자락과 소나무, 잣나무숲의 어우러짐은 색다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어 마치 유럽의 어느 산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단풍들이 심사단을 기다리지 못하고 일찍 떨어져 버려 조금은 앙상한 나무들을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융단을 밟고 있는 것처럼 폭신한 느낌의 노랗고 빨간 낙엽들을 밟으며 눈을 감고 시간을 조금 되돌려 매달린 잎들로 풍성했을 나무들을 상상해 볼 뿐이었다.

사실 심사단이 이곳 참나무림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80년대 이전 이곳 산주는 나무들을 잡목으로 보고 표고자목용으로 모두 베어내 판매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지난 1984년 독일과 함께 추진한 모범적인 사유림 모델사업지로 선정된 것을 알리는 기념석

그런데 마침 인근에 있는 임업기술훈련원이 이곳을 독일과 함께 추진하고 있었던 사유림의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모델사업으로 선정하고, 이를 산주에게 알려 숲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

임업기술훈련원은 20여년동안 이곳을 교육생들의 실습장으로도 활용하고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안정된 숲으로 가꾸는데 일조해 지금의 훌륭한 숲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안정된 숲은 보통 큰키 나무와, 중간키 나무, 그리고 작은키 나무가 어우러진 숲을 말한다. 이곳 소호리 참나무림은 이러한 모습을 잘 갖추고 있었다.

이곳이 심사단에게 더욱 인상깊게 다가온 것은 사유림의 협업경영을 시범으로 수행한 지역이란 것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곳 소호리에 산을 소유하고 있는 영세 산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들어진 산주협동체의 회원들은 직접 산림을 관리하고 있었다.

또 이들은 관리 뿐 아니라 임산물의 공동생산 및 가공, 공동시설물의 설치 운영 등 사유림 경영구조 개선을 도모하며 협업체회원 산주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22세기까지 보존될 숲을 예고하는 듯 피어있는 노오란 맹아의 단풍

이곳 관계자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산길을 걸어내려 오던 심사단은 산 밑 마을에서 따뜻한 연기들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늑하고 포근해 보이던지 꼭 이곳 산주들의 눈앞의 이익보다 환경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보는 듯했다.

이러한 산주들의 모임이 많아져 우리가 바라고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원하는 바람직한 생태산촌이 전국 곳곳에 생겼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살짝 부려보며 심사단은 어느 때보다도 희망찬 마음을 안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이 곳을 떠날 수 있었다.

홍혜란/생명의 숲 사무처장 forestfl@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