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후광'이 사라지자 검찰의 단골손님이 돼 버린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
그가 이번에는 '안기부 자금을 신한국당 선거자금으로 빼돌린 주범' 혐의를 받고 쇠고랑을 찼다.
검찰은 그가 96년 총선과 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기부자금 1157억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에 전달한 혐의를 밝혀내고 구속했다.
이번 사건을 '국가정보기관의 국고횡령 행위'로 규정한 검찰은 "정치적 상황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며 엄정수사를 다짐하고 있다.
예산을 선거자금으로 빼돌린 사상 유례 없는 사건의 핵심인물로 그를 지목한 것이다.
그가 안기부 돈을 직접 입후보자들에게 전했을 턱이 없다는 점에서 당시 여권 실세가 들먹여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시의 실세란? 강삼재 이원종 권영해 이회창…또 한사람이 있다. 그는 다름아닌 김현철이다.
여권이 이 사람들을 들먹이면서 슬슬 죄어오자 마침내 김영삼 전대통령이 폭발했다. 수틀리면 'DJ 비자금' 보따리를 풀어버리겠다는 것.
구 여권과 현 여권이 정면대결로 가는 양상이다.
구 여권은 '의원 꿔주기 쇼'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현 여권이 수세를 돌파하기 위해 수십년 관행을 문제 삼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주장에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서 김씨는 실정법을 어긴 중대한 범법자임에 틀림없다.
구 여권 관련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이름이 거론되는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용석/ 동아닷컴기자 duck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