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중음악]"누구를 탓해야 하나", 연예인 쫓던 여중생 압사

입력 | 2001-01-06 19:27:00

댄스그룹 '클릭 B'


5일 오후10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 한 중년 여인의 울부짖음에 다른 환자와 가족들도 딱하다는 듯이 혀를 차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를 연발하던 한모씨(49)는 결국 정신을 잃고 간호사의 부축으로 침대에 눕혀졌지만 메마른 입술 사이로 한탄이 신음같이 가느다랗게 새어나왔다. 남편 김모씨(53)도 막내딸의 죽음에 넋을 잃고 하늘만 쳐다보았다.

이날 오후 7시경 이들 부부는 막내 딸 보라양(15·D여중 3년)이 남성 댄스그룹 '클릭 B'의 멤버들을 뒤쫓아가다 인파에 깔려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갔다.

김양이 이 댄스그룹의 팬클럽에 가입한 것은 99년 11월. 김씨는 일주일에 1,2번씩 이들이 출연하는 방송과 공연에 꼬박꼬박 찾아가는 딸아이가 걱정도 됐지만 성격도 밝은데다 성적도 반에서 10등 안에 들 정도로 괜찮은 편이어서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연예인들을 무작정 좋아하는 것이 청소년 문화라고는 하지만 그 때문에 이처럼 꿈많은 애들이 허무하게 죽고 있지 않습니까. 또다른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대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20여년 동안 야채장사로 두 딸을 키워냈다는 김씨의 하소연이었다.

김양은 이날 오후 6시반경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 앞에서 ‘클릭 B’ 멤버들을 뒤쫓아가다 갑자기 넘어져 뒤따르던 30여명의 10대 여학생들에게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김양은 의식을 잃어 곧바로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약 2시간만에 숨졌다.

이날 사고는 남성 7인조 그룹 클릭 B의 멤버 중 오모군과 우모군이 자신들의 홈페이지 제작업체 메가엔터프라이즈가 개최한 팬들과의 화상채팅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 50여명의 10대 여학생들이 갑자기 몰려들면서 일어났다.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