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으로 구속된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 기조실장은 검찰에서 모든 것을 자신이 혼자서 했다고 말했다. 95년 지방선거와 총선 때 안기부 예산 1157억원을 당시 신한국당에 지원한 것은 자신의 독자적 결정이었다는 것.
그는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이나 김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 이원종(李源宗)전 대통령 정무수석은 물론 강삼재(姜三載) 당시 신한국당 선대본부장 등과도 협의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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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권의 시각은 다르다. 1157억원에 달하는 안기부 예산을 기조실장이 혼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여권은 이 사건이 ‘청와대―안기부―신한국당’ 간에 조직적이고 치밀한 계획 아래 이뤄졌다고 확신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에서는 이전수석, 당에서는 강전본부장, 안기부에서는 김전실장이 기획 배분 자금 조달을 각각 분담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여권은 이들 세 사람이 현철씨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고, 현철씨가 신한국당에 지원된 940억원 중 일부를 여론조사나 자신이 공천한 후보들을 위한 별도 지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신한국당이 96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시 청와대에 ‘특단의 대책’을 건의했고 그것이 안기부 예산의 대규모 지원으로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김전대통령이나 권영해(權寧海)전 안기부장, 현철씨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전본부장이 ‘안기부 자금을 받은 적 없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봐 안기부 자금이 다른 곳을 우회해 신한국당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인사들은 당시 관계자들이 관련 여부를 모두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사건의 열쇠를 쥔 김전실장의 ‘입’이 사법 처리의 폭과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