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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영재의 월가리포트]10리도 못간 '그린스펀 효과'

입력 | 2001-01-07 17:52:00


새해 벽두부터 뉴욕증시의 등락이 엇갈리면서 변동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난 주를 뒤흔든 요인은 경제 변수들이다. 연초 발표된 전미구매자협회지수(NAPM)가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충격을 준데 이어 전격적으로 발표된 금리 인하가 시장을 돌리는가 싶더니 주말에 발표된 실업률 수치는 다시 호전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다시 제기되는 등 경제변수들이 오락가락하면서 주식시장도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서 시장이 폭발적인 상승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연말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채 한 주간을 마감하면서 지난 연말에 이어 하락세가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번 금리 인하는 두가지 점에서 시장에 기대 이상의 호재로 작용했다. 첫째는 예정에 없던 금리 인하라는 점이다. 즉,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정례적으로 개최되는 금리 조절 회의인 공개시장 조작회의(FOMC)가 열릴 예정인 이달 30일과 31일에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전격적으로 임시 이사회를 열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는 점을 주식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둘째, 예상보다 큰 폭으로 단행됐다는 점이다. 대부분 예상했던 수준인 0.25%포인트보다 큰 0.50%포인트수준의 금리 인하 단행으로 시장에 허를 찔렀다. 추가적으로 이번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통화 정책 의도가 시장에 분명하게 드러나는 효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른 나스닥시장의 사상 최고의 폭등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상승세로 전환되지 못하고 지리멸렬해진 것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기업 실적 악화’라는 불똥을 금리 인하 조치가 제대로 꺼주지 못한 데 있다. 즉 금리 인하의 효과가 나타나 경기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주요 재료는 여전히 기업실적 악화가 될 것이며 따라서 단기적인 증시 전망은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말 발표된 실업률 결과는 당초 예상치인 4.1%에서 호전된 4.0%로 나타났기 때문에 통화 완화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에 회의를 품게 만들었다. 이에 급등했던 주가가 다시 반등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선 것이다. 금리 인하만 단행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전문가들도 이러한 시장의 반응에 당황하고 있다. 낙관론이 단기간에 크게 늘기는 했지만 아직 낙관론 보다는 신중론이 우세한 것이 월가의 풍경이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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