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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게 이렇군요]15대총선 신한국당 씀씀이

입력 | 2001-01-07 18:08:00


“안기부 돈 1000억원을 받았다고 시끄럽지만 솔직히 그때 당에 들어온 지정기탁금, 국고보조금, 재정위원 후원금 등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1000억원을 지역구 후보 200여명에게 골고루 나눠줘도 5억원 뿐이지 않으냐. ”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7일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에 대해 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마디로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에 전달됐다고 검찰이 주장하는 940억원은 당시 신한국당이 쓴 돈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96년 신한국당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회계보고에 따르면 신한국당의 1년 총수입은 2337억원. 전년 이월금 212억원에다 기탁금 341억원, 국고보조금 188억원, 후원회 기부금 259억원 등이 주요 수입원이었다.

눈길을 끄는 항목은 기타 수입 1151억원.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 곤란한 수입이 이 정도인 것으로 미루어 회계보고에 밝히지 않은 또 다른 비공식수입의 규모가 상당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신한국당은 각 후보들에게 공식적으로 지급하는 돈 외에 사무총장 전결로 특정 후보들에게 별도 자금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선거 실무를 맡았던 한 인사는 “선관위에 신고된 예금계좌에는 형식적인 자금만 지급됐고, 정말 큰 돈은 사무총장이 후보를 부르거나 직접 사람을 보내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 북부지역에 출마했던 한 후보는 개인 돈이 워낙 없어 당 밖의 별도 조직을 통해 20억원이 지급됐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1996년 신한국당 회계보고

수입(억원)

지출(억원)

전년 이월

212

기본

인건비

448

당비

141

사무소 유지비

407

기탁금

341

공공요금

174

국고보조금

188

정치

소모품비

78

후원회 기부금

259

선거비

205

차입금

45

조직활동비

178

기타 수입

1151

기타

665

2337

2155(잔액 181)

뿐만 아니라 당시 여권은 여당 후보들에게 후원 기업체를 일일이 할당해줬다는 게 당시 선거관계자들의 증언. 서울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던 한 인사는 “중앙당 공천을 받은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았는데 10대 재벌 그룹 중 한 곳만 빼고 모두 돈을 가지고 왔더라”고 전했다. 재벌 그룹 중 일부는 돈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보내 해당지역의 전화홍보를 전문적으로 대행해주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선거 후 돈이 남아 개인 재산으로 축재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선거일이 임박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선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나타나면 당에서 지급된 돈을 뿌리지 않고 착복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것.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각 의원들로서는 중앙당이 안기부 돈을 받았다는 것 보다 후보들이 그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쓰고 남겼는지를 검찰이 공개하는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