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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세계를 부르는 '배드민턴의 힘'

입력 | 2001-01-07 18:15:00


“대회를 구걸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한국 배드민턴 ‘산증인’인 김학석 협회 부회장은 요즘 남다른 감회에 젖어있다.

9일 개막하는 삼성코리아오픈 국제배드민턴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제주공항으로 속속 입국하는 세계 톱랭커들을 보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떠오르는 것.

한국 배드민턴은 70년대만 해도 말 그대로 ‘황무지’. 당시 일본에 한수 배우기 위해 한일 정기친선대회를 갖자고 수차례 제의했다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퇴짜맞기 일쑤였다.

80년대 들어 상황은 역전됐다. 황선혜가 81년 전영오픈을 석권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 선수들이 잇따라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침체일로를 걷던 일본에서 오히려 천선대회를 갖자고 제의해왔다. 90년대는 한국 배드민턴의 전성기.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남녀복식을 제패한 데 이어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혼합복식과 여자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91년 시작된 코리아오픈대회 상금도 더불어 꾸준히 올랐다. 97년 제7회 대회 때 상금 25만달러(약 3억원)로 세계 최고액 기록을 세운 이후 전세계 톱스타들이 줄줄이 몰려들면서 이 대회는 일약 전영오픈과 맞먹는 대회로 격상됐다.

반면 일본 오픈은 같은 시기의 코리아오픈을 피해 1월에서 4월로 개최 시기를 옮겼다. 또 세계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중국 홍콩오픈 개최가 무산된 데 이어 올해는 대만 스웨덴오픈이 줄줄이 취소됐다.

새해 첫 세계 최고 권위대회로 격상된 코리아오픈은 돈은 물론 자국 선수들의 실력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는 냉엄한 승부의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