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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오페라 거장' 베르디 서거 100주기 세계가 들썩

입력 | 2001-01-07 18:16:00


“베르디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이탈리아인은 국기의 3분의1을 베르디로 채웠다.”‘베르디(Verdi)’가 이탈리아어로

‘녹색’을 뜻하는 데 착안한 농담. 대작곡가 지우제페 베르디(1813∼1901)의 이름은 오페라광인 이탈리아인 뿐 아니라 전세계 음악팬들에게 영원한 ‘오페라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27일은 그의 100주기. 국내외 공연계가 그의 업적을 기리는 갖가지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비바! 베르디"

이탈리아에서는 베르디의 고향인 부세토, 라 스칼라 극장이 있는 밀라노 등을 중심으로 1년 내내 베르디 기념행사가 열린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11월16일 밀라노에서 개막되는 ‘베르디 기념전’. 3개월 동안 밀라노 중심가의 전시장인 ‘팔라초 레알레’에서 유품전시, 자료사진 전시, 희귀작품 연주회 등이 열린다. ‘꿈의 무대’로 불리는 밀라노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은 2000∼2001년 시즌 공연작 13편 중 10편을 베르디 작품으로 채웠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도 12일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아이다’를 비롯, 5개의 베르디 작품을 공연한다.

베르디 서거 100주년 기념월(月)인 1월의 공연으로는 20일 오후 7시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정명훈 지휘 아시아 필하모니 관현악단의 ‘레퀴엠’(鎭魂미사곡) 연주가 단연 기대된다. 정명훈은 최근 도이치 그라모폰 (DG)사에서 포레의 레퀴엠 등을 내놓으면서 종교음악 해석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베르디 100주년을 기념해서도 ‘스타바트 마테르’(성모애가) ‘테 데움’ 등의 작품을 담은 새 음반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연주로 내놓고 있다.

예술의 전당 ‘레퀴엠’ 연주에는 120명의 연합합창단, 테너 이원준과 소프라노 토모코 나카무라 등 일본 솔리스트 3명이 협연한다. ‘레퀴엠’은 ‘오페라의 극적인 힘과 종교음악의 거룩함이 혼합된 종교음악 사상 최대걸작의 하나’로 평가되는 작품. 최후의 심판을 묘사하는 ‘분노의 날’ 악장은 TV 광고나 쇼 프로그램에 즐겨 사용될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3만∼10만원. 02―518―7343

베르디 오페라 전막공연도 다른 해와 비교할 수 없이 풍성하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의 경우 올해 대관이 예정된 오페라 여섯 작품 중 무려 다섯 작품이 베르디로 채워질 예정이다.

국립오페라단이 ‘라 트라비아타’ ‘시몬 보카네그라’를, 글로리아 오페라단이 ‘리골레토’를, 김자경오페라단이 ‘일 트로바토레’를 공연한다. 한국오페라단도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할 예정. 예술의 전당이 자체 기획으로 10월에 개최하는 오페라 페스티벌에서도 ‘가면 무도회’가 공연된다.

왜 베르디인가

베르디는 벨리니 도니제티 로시니 등 19세기 초 이탈리아 ‘오페라 3걸’의 매력을 적절히 결합해 이탈리아 오페라의 융성기를 이끈 인물로 꼽힌다. 그는 민중이 이해하기 쉬운 선율을 구사하면서 극과 음악의 고조를 교묘하게 일치시켜 특유의 애수와 격정을 이끌어냈다.

특히 초기에 그는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 등 애국혼을 부추기는 작품을 양산하면서 통일의 열기에 고조돼 있던 이탈리아 민중들의 정서에 불을 붙였다. ‘비바 베르디’는 통일전쟁기 이탈리아인을 격동시킨 격문이었다. ‘이탈리아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만세 (Viva Vittorio Emanuele Re di Italia)’의 줄임말이기도 했던 때문.

그러나 올해의 베르디 열기는 베르디에게 큰 영향을 끼친 선배작곡가이자 탄생 200주년을 맞는 벨리니를 소외시켜 대조를 이룬다. 오페라 ‘청교도’ ‘노르마’로 유명한 빈첸초 벨리니 (1801∼1835)는 품위높고 유려한 선율을 능숙하게 다룬 대가로 꼽힌다. 그러나 올해 서울 무대에서 그의 작품은 공연계획이 전혀 없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 밀라노 스칼라 극장 조차도 ‘몽유병의 여인’ 단 한 작품으로 시즌을 장식할 예정이다.

한 오페라단 관계자는 “베르디 작품의 경우 작품명이 생소해도 ‘베르디니까 들을만 하겠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벨리니는 선율이 아름답지만 구성이 베르디만큼 압축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