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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학교를 지역정부-문화중심지로

입력 | 2001-01-07 19:11:00


《‘방과후에 인근 주민들이 학교로 몰려든다. 이들중 일부는 수영장에서수영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푼다. 또다른 사람들은 인터넷 등 컴퓨터 교육에 열을 올린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도 들려온다.’ 더 이상 학교는 단순한 배움터가 아니다. 인근 주민들의 생활 근거지로 영역을 넓혀가고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처럼 시내초 중 고등학교의 복합화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핵심은 방과후나 방학때 그냥 방치되고 있는 학교 시설을주민들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체육관 수영장 정보도서관 등을 갖춘정보 문화센터로 개발하는 것.》

▽개발 목적〓현재 서울시내 학교시설의 활용도는 바닥 수준이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서울시가 95년부터 주택가 주차난 해결을 위해 벌여온 학교운동장의 지하 주차장 건설사업.

당초 서울시는 2000년까지 시내 48개 학교 운동장에 1만1300대 수용규모의 지하주차장을 만들겠다는 ‘장밋빛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대로 주차장이 지어진 곳은 경복여상, 한성여고 등 3개 학교(982대 주차규모)뿐. 당초 목표 달성률의 8.7%에 그친 셈이다. “운동장 지하에 주차장을 설치할 경우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위험하고 관리가 어렵다”는 학교와 학부모측의 거센 반발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복합빌딩 계획은 이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어설프게’ 학교 시설을 활용하기보다는 차라리 학교내 자투리땅 위에 복합빌딩을 짓는 것이 학부모나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줄이고 시설 이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개발 방식〓교육청은 학교내 유휴 부지와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시설개선예산 일부를 제공한다. 건물 건립 비용은 서울시와 일선 구청이 부담하게 된다.

학교로서는 교육과정 개편에 필요한 시설을 복합시설 건설로 확보할 수 있고, 지자체는 주민 편의시설 건설에 필요한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윈―윈게임’인 셈이다. 대상 학교는 지역 여건이나 기존 정보 및 문화시설의 위치 등을 감안, 해당 교육청에서 선정할 예정. 서울의 경우 올해 성수초등 창신초등 무학여중 금옥여중고 구일고 독산고 등 47개 초 중 고교가 예산 지원 대상 학교다. 교육청은 지자체 지원이 여의치 않을 경우 운영권을 담보로 민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외국 사례〓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선진 외국들은 학교가 지역 사회의 중심 생활권이다. 주민들이 저녁때만 되면 학교에서 운영하는 각종 교육 과정이나 체육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 영국 런던 근교에 있는 케싱턴커뮤니티 칼리지(초 중 고교가 같이 있는 학교)의 경우 학생수는 600명에 불과하지만 학교에 설치된 체육센터나 컴퓨터 교실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2000명이 넘는다. 학생보다 주민들의 이용률이 더 높은 셈. 이 학교는 주민들의 수강료를 학교 관리나 내부 기자재 구입 비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관리 상태도 좋은 편이다.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