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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감독 이력 천차만별

입력 | 2001-01-08 17:12:00


충무로에 뛰어들어 한국영화사에 이름을 빛내겠다며 낮밤을 가리지 않고 필름과 씨름하고 있는 영화감독들은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들 감독은 숫자 만큼이나 약력과 경력도 다양하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이들도 적지 않으나 영상 분야와는 아무리 따져봐도 끈이 닿지 않을 것 같은 분야를 공부한 감독들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본선 경쟁부문에 국내영화로는 처음으로 진출한 「춘향뎐」의 임권택(65) 감독은 대표적인 `무학파'(無學派).

한국영화의 대명사로 불리며 예술영화의 거장이란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임 감독은 1940년대 후반 좌.우대립의 시대에 소년시절을 보내고 광주 숭일중학교에 입학했으나 중3때 가출, 부산에서 막노동으로 전전하다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한국전쟁 휴전 후 일기 시작한 영화붐을 타고 영화에 돈을 쏟아붓던 부산의 신발장수들이 당시 구두 노점상을 하던 그를 부른 것이 계기가 됐다.

이런 인연으로 영화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뒤 제작현장의 온갖 허드렛일을 하던 끝에 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감독데뷔했다.

지난해 저예산 독립영화「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기대주로 부상한 신예 류승완(28) 감독도 이력이 독특하다. 올해 스물여덟의 고졸학력인 그는 7살때부터 성룡에 `미쳐' 액션배우를 꿈꾼 이른바 `시네마 키드'.

고등학교 졸업후 독학으로 영화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그는 영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충무로 연출부 생활을 하면서 공사장 잡역부 등 30가지가 넘는 직업을 전전했다.

충무로의 `이단아'로 통하는 김기덕(41) 감독도 이력서에 자랑삼아 써낼 학력이 변변찮다. 초등학교 학력이 고작이기 때문. 그림, 사진을 독학으로 깨우친 그는 한때 프랑스로 3년간 그림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림과 사진의 영역한계를 넘고 싶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영화계에 뛰어들어「악어」「야생동물보호구역 「파란대문」「섬」「실제상황」등 5편의 `엽기적인' 영화를 선보였다.

영화와는 거리가 한참 먼 의학을 공부하다 감독으로 진로를 바꾼 사람도 있다.

단편을 제작하다 「억수탕」으로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곽경택(35) 감독은 의학과를 다니다 중도에 그만두고 광고학을 공부하기 위해 도미(渡美)했으나 또 다시 영화로 눈길을 돌린 케이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민규동(31) 감독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대학 재학중 영상작가 교육원 등을 거칠 만큼 일찍이 영화에 관심을 기울였던 그는 학교졸업후 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박흥식(39) 감독은 연세대에서 천문대기학을 전공했다. 그래선지 그는 늘 "영화를 잘 모른다. 지나치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찍을 뿐"이란 말을 자주한다.

「나쁜 영화」「거짓말」등으로 곧잘 문화계 전반에 논란을 불러 일으켜온 장선우(49) 감독은 서울대 고고인류학과에 입학한 이래 학생운동으로 복역한 경력을 갖고 있다. 지난 81년 이장호 연출부에서 활동한 것을 시작으로 충무로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김태용(33) 감독은 정외과 출신.올초 국내영화사상 최고 흥행감독으로 기록된 박찬욱(38) 감독은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시절 같은 대학을 다니는 김용태씨 등과 함께 `서강 영화공동체'를 결성해 영화에 대한 꿈을 키운데 힘입어 최다 관객을 동원한 「공동경비구역 JSA」의 연출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박 감독처럼 철학 등 인문학부를 전공한 이는 꽤나 많다. 곧 개봉예정인 「광시곡」의 장훈(36) 감독도 철학과 출신. 「공동경비구역 JSA」의 제작사인 명필름과「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찍고 있는 임순례(41) 감독은 영문학을 전공했다.

지난 98년「처녀들의 저녁식사」로 감독데뷔한 뒤 올해 「눈물」을 선보이는 임상수(40) 감독과 「플란다스의 개」의 봉준호(32)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연합뉴스=이명조 기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