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식사랑의 길은 무엇일까. 적어도 ‘많은 유산’이란 대답에는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유산의 일부를 공익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이다.
현대자동차 길음영업소 황평우(黃平雨·41)과장은 지난해 12월 아름다운재단에 유산 10%를 기부하겠다고 약정했다. 평소에도 4000만원 가량 되는 연봉의 3분의 1은 공익단체 등에 회비나 후원금 형태로 기부한다는 그는 “애지중지하는 5000여권의 장서와 자료들도 언젠가는 모두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 말한다.
서울 양천구 목3동에서 늘푸른만화방을 운영하는 박찬열(朴贊悅·41)씨도 나눔의 가게 참여에 이어 유산 1% 나누기에도 동참했다. 박씨는 “2남1녀에게 줄 선물은 돈 몇푼보다는 더 나은 세상이라고 본다”며 “살아가면서 도움준 분들에게 보답할 수 없으니 후손에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박씨는 우선 1%를 나누겠다고 약속했지만 앞으로 3%, 5%, 10%로 키워나갈 생각이다. 12월 하순에는 참여연대 상근활동가 44명이 일제히 유산 1% 나누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김성희(金星熙) 참여연대 사무국장은 “‘먼 훗날’의 일이라고 미뤄두기 전에 젊어서부터 나눔의 다짐을 하자며 모두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안경환(安京煥·서울대교수) 아름다운재단 이사는 “공동운명체화하는 사회에서 내 아이만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오산”이라며 “부모가 아이들에게 남기는 가장 좋은 유산은 이웃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익히도록 해주는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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