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캘리포니아는 최근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원인은 무엇이고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캘리포니아 전력 위기의 최대 원인은 그토록 급격하게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데 있다. 규제철폐가 한창이던 199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는 경기침체의 후유증을 앓고 있었고 전문가들도 향후 10년간 전력설비가 과도한 채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 지역 경제는 예상 밖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이는 엄청난 전력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을 설득해 덜 쓰게 하거나 생산자가 더 많이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의 규제철폐는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 하나 해내지 못했다.
▼90년대 중반 수요증가 예측못해▼
먼저 전력 도매시장은 자유화된 반면, 전력 소매가는 여전히 주 정부 통제하에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전력 도매시장은 전력회사들과 최종 소비자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공익 사업자들 사이의 시장을 말한다. 이는 전력가 하락으로부터 보호해 달라는 공익 사업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지만 소비자로부터 ‘경제적으로 행동’할 동기를 빼앗는 결과를 낳았다.
한편 발전설비는 더 이상 세워지지 않았다. 기존 발전시설만으로도 이윤을 올릴 수 있었던 전력회사들에게 새로 설비를 세울만한 인센티브가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 참가자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현재 캘리포니아를 벼랑 끝으로 내미는 것은 재정 문제다. 공익 사업자들은 한정된 전력 공급량을 두고 이웃 주와 피 말리는 입찰 경쟁을 벌여 전력도매가를 평상 수준보다 40∼50배 가량 뛰게 만들었다. 전력회사들은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는 반면 공익 사업자들은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
▼부시, 전기회사 설득 해법찾아야▼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캘리포니아가 그동안 해왔던 대로 규제철폐를 계속하는 것이다. 전력가를 계속 상승시켜 전력 수요를 공급에 맞추는 이 방법은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돈으로 전력회사의 배를 부르게 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두번째 방법은 전력 도매가에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한시적인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는 가격상한제를 도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이웃 주들도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가격상한제를 도입한다면 전력은 캘리포니아를 떠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문제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의 몫이 될 것이다. 그동안 부시 당선자는 캘리포니아의 전력 위기에 대해 함구해 왔다. 캘리포니아 전력회사들과 밀접한 인간적 관계를 맺고 있는 그가 친구들에게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지 않고도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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