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사랑이 빚은 비극.'
지난 5일 인기 그룹 '클릭 B'의 한 열성 팬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있었던 채팅행사장에서 나오던 '클릭 B'를 쫓아가다가 넘어져 다른 여학생들에게 밟히면서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
평소 '클릭 B'의 보컬 오종혁을 가장 좋아했다는 이 학생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대상을 발견하고 뛰어가다 꽃다운 목숨을 접어야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딸을 졸지에 잃은 부모의 심정은 말할 것도 없고 멤버 모두 20살 안팎으로 아직 정서적으로 민감한 나이인 '클릭 B'에게도 그녀의 죽음은 큰 충격이 됐다.
특히 죽은 학생이 가장 좋아했다는 오종혁은 요즘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그룹 자체도 대부분의 대외 행사 참여를 포기했다.
흔히 '오빠부대'로 불리는 여학생 팬들의 열성과 적극성은 방송가에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향한 그들의 애정이 때로는 '외골수의 집착'으로 변질돼 종종 언론의 질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아무 조건없이 좋아하는 그들의 마음이 어떤 대가를 바라거나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 순수함으로 가득찼다는 것은 '오빠부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인정하던 부분이다.
연예계 스타, 특히 10대에서 20대 전반의 이른바 '신세대 스타'들에게 팬이란 단순히 자신의 인기를 유지하는 수단이 아니다. 그들이 연예 활동을 해야하는 목표를 제공하고, 화려한 조명 아래 외로히 서 있는 그들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는 '거울 속의 또 다른 나' 같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번 사고는 더욱 안타깝다.
이미 지난 92년에도 '뉴키즈 온 더 블록'의 서울 공연 때 여학생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매번 이런 일이 생기면 늘 '사후 약방문'격으로 질서유지나 안전의식 미흡을 지적한다.
하지만 그런 질책과 후회를 한들 죽은 사람이 살아오는 것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그녀의 죽음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다른 여학생들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좋아하던 대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을 뿐이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을 이용하는 어른들의 욕심을 지적해야 할까? 아니면 맹목적인 '오빠부대'의 열정을 '철없다'고 꾸짖어야 할까? 이번 사고를 보도한 기사 제목처럼 정말 누구를 탓해야 하는지….
황태훈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