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자민련의 ‘의원 추가 꿔주고 받기’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민주당은 10일 낮 장재식(張在植)의원의 자민련 이적을 발표하면서 “자민련은 1∼2시간 이내에 교섭단체 구성을 완결할 것”이라고 덧붙일 정도였다. 양당 의원들조차 이 같은 ‘속보(速步)’에 숨이 가쁜 듯한 모습이었다.
작년 12월30일 ‘의원 3명 꿔주기’ 이후 불과 10여일 만에 ‘안기부 돈 선거유입’사건 본격수사, 제2차 DJP체제 출범, ‘의원 1명 더 꿔주기’ 등이 잇따르면서 정국은 거센 탁류에 휩싸였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사는 DJP연합의 강공 드라이브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사실 요즘 여권 핵심부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욕은 이미 먹을 만큼 먹었다. 갈 데까지 가보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이미 작년 말부터 “인기가 10%대로 떨어지더라도 옳은 길을 가겠다”고 강조함으로써 이 같은 기류를 암시했었다. 김대통령은 5일 민주당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들과의 청와대 만찬에서도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퇴임 후에 평가받겠다는 것을 향후 국정운영의 두 원칙으로 삼겠다고 천명했었다.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의 ‘강한 집권당론’은 이런 원칙의 각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마치 ‘준비해둔 카드’를 꺼내듯이 일련의 정치적 조치가 이어지자 뭔가 시나리오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장재식의원 꿔주기’도 8일 DJP 회동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이며 자민련 내에서 ‘제2의 강창희’가 나올 경우 다시 또 민주당 의원을 ‘파견’한다는 내부지침까지 마련돼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DJP연합의 ‘밀어붙이기’가 올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김대통령이 올 상반기에 예산의 70%를 쏟아부어 경기진작을 꾀하려고 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위적 경기부양으로 일단 사회분위기를 진정시킨 뒤 개헌론을 내세워 정계재편을 추진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의원 꿔주기’ 역시 합당의 전주곡일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느 시점에서 김대통령은 뒤로 빠지고 김종필(金鍾泌)자민련명예총재가 통합여당의 총재가 되어 개헌론을 밀어붙인다면 개헌론과 정계개편에 보다 힘이 실릴 것이라는 얘기다.
여권 일각에서 8일 DJP 회동과 관련한 ‘이면 합의설’이 끊임없이 유포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정황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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