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과 지하철 안 등 서울 시내 곳곳에 지자체 홍보물이 붙어 있다. 그 중 을지로 지하보도는 주변에 관공서가 밀집해 있는데다가 외국인 등 유동인구가 많아 광고효과가 큰 탓에 ‘중앙’을 향한 지자체의 마케팅 요충지로 떠올랐다.
홍보물의 내용도 지방특산물 광고에서 관광유치를 위한 광고까지 다양하다. 이들 홍보물은 대부분 상품광고임에도 단체장이 등장하는 것이 많다. 몇 년 전 충북 음성군수의 고추광고를 시작으로 지자체장들의 ‘상경’이 잇따랐다.
‘주연 모델’들이 한결같이 비슷한 정장차림에 양손을 위로 살짝 들어올린 채 미소를 짓는 포즈로 서 있는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일반 시민들도 고향의 시장이나 군수의 얼굴을 들여다보지만 외국관광객들이 특히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다.
지난달 한국에 처음 온 영국인 휴 버나드(29·영어강사)는 “비슷한 정장차림에 똑같은 포즈를 하고 있어 무슨 사업소개 광고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양쪽 벽면을 따라 쭉 진열된 대형광고물을 살펴보다 동행한 한국인 친구의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가로 4m, 세로 2.5m의 광고를 가득 채운 ‘중년 남성들’이 지방의 군수나 시장으로 자기 고장을 찾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는 것을.
버나드씨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각 지방단체장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광고는 처음 본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때문인지 ‘이색적인’ 광고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일본인 등 외국인들이 종종 눈에 띈다. 단체장들이 양손을 위로 쳐든 포즈를 그대로 따라하면서.
그런데 광고물이 헷갈린다는 외국인들의 ‘쓴소리’도 있고 다양함과 기발한 아이디를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도 있다.
“사진 속 인물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광고만 봐선 도시들이 모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일본인관광객 다무라씨·29). “딱딱한 정장차림을 한 단체장을 내세워서….”(파키스탄 사업가 말라크아밀씨·26).
이은리씨(19·여·서울 중랑구 면목동)는 “마치 대형 선거벽보판을 보는 느낌”이라면서 “디자인에 특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시설관리공단이 이들 광고를 관리하고 있는데 이 구간 광고의 연간 게재비용은 1000만∼1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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