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 어지러운 혼돈의 시대임에도 문명과 신앙의 원천 도원향(桃園鄕)에서는 인간과 요괴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레 이 세계를 가득 채운 마이너스 파동에 의해 광포해진 요괴들은 자아를 상실한채 인간들을 해치기 시작한다.
이 변화의 원흉은 500년 전 봉인된 대요괴 우마왕을 되살리려는 실험이었다. 금기인 화학과 요술의 합성실험으로 소생하려 하는 우마왕을 저지하기 위해 관음보살은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서역으로 파견한다.
(最遊記)는 친숙한 이름의 삼장법사 일행이 서쪽으로 향하면서 겪는 갈등과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다만 이 만화는 모티브를 취하고 있는 중국의 고전 처럼 기이한 모험담에서 비롯되는 불교적 교훈을 담고 있는 작품은 아니다. 작가 미네쿠라 카즈야는 큼직한 설정만을 원전으로부터 차용하여 현대적인 감각의 환타지를 재창조해 냈다.
를 보는 가장 큰 재미는 카리스마 넘치는 네 명의 주인공의 특이한 성격이다. 당대 최고승인 삼장법사는 '죽어', '꺼져'를 중얼거리며 총질을 예사로 하고, 천진난만하고 덜렁대는 오공은 먹는 것 이외에는 안중에 없다. 술, 담배, 여자를 지독하게 밝히는 사오정이나 상냥한 이웃집 오빠같은 저팔계도 의외이기는 마찬가지.
이 시대 만화 주인공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외모 수려, 성격 파탄, 기량 출중의 덕목을 고루 겸비하고 있는 이들의 여행은 유쾌하고 즐겁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치고 박는 액션에 그치지 않고 고민과 갈등 하나 하나에 동기를 세심하게 부여한다. 또 과거의 상처는 짧지 않은 이야기의 호흡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독특하고 화려한 그림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의 서역행을 함께 떠나보자.
김지혜 lemonjam@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