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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드라마 있는 '나쁜영화'

입력 | 2001-01-11 18:48:00


20일 개봉될 영화 ‘눈물’(감독 임상수)의 운명은 얄궂다. 태어날 때부터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1997년)와의 비교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둘 다 ‘10대의 일탈’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민감한 방식으로 그리기도 했거니와 장선우, 임상수는 금지된 성과 욕망을 그린 문제작들을 만들어온 ‘문제 감독’들이다.

장감독은 ‘나쁜 영화’와 ‘거짓말’(99년)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켰고, 임감독은 데뷔작 ‘처녀들의 저녁식사’(98년)로 여성의 욕망에 보수적인 성 담론에 펀치를 날렸다.

‘눈물’은 임감독이 97년 ‘나쁜 잠’이라는 제목으로 준비했던 것이나 ‘나쁜 영화’에 밀려 3년간 잠자다 제목을 바꾸고 100%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세상에 나오게 됐다.

본드 흡입과 강간 절도를 죄의식없이 저지르는 실제 10대들과 거지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가짜 다큐멘터리를 지향한 ‘나쁜 영화’와 달리 ‘눈물’은 드라마의 흐름을 충실하게 짜맞추고 개성있는 캐릭터 창출에 집중한 극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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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은 세상에 섞이지 못하고 일탈을 일삼는 10대 4명. 가출해 서울 가리봉동에 스며든 착한 소년 한(한준). 세상에 대해 적개심만 남아있는 가리봉동의 양아치 창(봉태규). 술집에서 몸을 파는 란(조은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가스를 흡입하는 새리(박근영). 란은 자신을 경멸하는 창을 사랑하고, 새리는 한과 동거를 시작하지만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당한 성폭행의 기억 때문에 한과의 ‘나쁜 잠’을 거부한다.

영화는 가스 흡입과 섹스, 원조교제 등의 일탈행위 뿐 아니라 이들이 기성세대와 부딪히며 겪는 좌절감도 세밀하게 포착한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반발하면서도 자신들이 싫어하는 기성세대를 그대로 따라 배운다.

딸을 찾으러 온 란의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를 때 창이 저항하는 장면, 아이를 거칠게 대하는 식당 아주머니를 창이 폭행하는 장면 등에는 ‘애들이 망가진 것은 어른들 때문’이라는 감독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계몽적 메시지가 두드러지지만, 아이들이 서로에게서 위안을 구하며 동시에 자신을 구원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은 ‘눈물’에 성장영화의 색채를 드리운다.

임감독은 디지털 영화의 특징인 자유분방한 카메라 움직임과 유려한 이미지를 배합해 영화를 매끈하게 뽑아냈다. 자극적인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데 성공한다면 10대 역을 맡은 배우들의 노력 덕택. 이제 막 성년이 되어 전부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4명의 신인배우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눈물’은 18세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지만, 시민단체인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는 ‘청소년들을 그린 이 영화를 청소년들이 볼 권리는 없는 것인가’를 주제로 15일 오후 1시 서울 남산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시사회와 공개토론회를 연다.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