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위해 종로, 충무로로 젊은이들이 운집하던 풍경은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최근들어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첨단시설의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극장들이 권역별로 잇따라 들어서면서 영화 상권에 일대 변화가 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을 두루 구비한 복합상영관들이 인근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아 `거주지 중심의 영화관람'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해 12월8일부터10일까지 서울시와 과천, 분당, 일산, 화정, 행신 등 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만 14세이상 49세이하의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런 새로운 풍속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거주지 인근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응답이 △강남구 88.
2% △강동구 81.5% △서초구 76.9% △송파구 65.6% △관악구 61.3%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신도시 등 서울인접 지역의 경우, 일산(62.5%)과 분당(55.6%)지역 주민들이거주지인근에서 영화를 보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권역별 스크린수 변화를 보면 종로.중구의 경우 지난 99년 38개에서 지난해 58개로 1년 사이에 20개가 증가했고, 강남은 33개에서 52개로 19개가 늘었다.
강남서쪽 지역은 25개에서 31개로 6개가 증가했고, 강북동쪽은 9개에서 14개로 5개, 강동.송파지역은 24개로 1개가 더 생겨 1년사이에 서울지역에서만 모두 51개의 스크린이 증가했다.
이처럼 종로.중구의 스크린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관객 점유율은 47.
2%에서 28.4%로 18.8%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강남지역 관객점유율은 지난 99년 17%에서 24.6%로 7.6%포인트 뛰어올랐다.
종로.중구를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지역별 관객점유율이 지난 1년 사이에 증가한셈이다.
영화진흥위는 "강남, 강북지역은 스크린수 증가와 관객비중 증가가 비례하는 데 반해 종로.중구는 스크린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관객점유율이 오히려 줄어드는 역전현상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따라서 생활 근거지 중심의 영화관람이 갈수록 보편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이명조 기자]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