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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게 이렇군요]'안기부돈' 국가예산인가 YS정치자금인가

입력 | 2001-01-11 18:54:00


안기부가 96년 4·11총선과 95년 6·27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권에 지원한 1192억원은 ‘포장’만 안기부 예산일 뿐 실제로는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의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과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검사와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은 신한국당에 건네진 자금이 검찰 발표대로 순수한 안기부 예산이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국정원의 중견직원은 “연간 4000억∼6000억원에 이르는 안기부 예산에서 1000억원을 빼내면 안기부 살림은 거덜난다”며 “문제의 돈은 순수한 안기부 예산과는 다른 별도의 자금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수부에서 자금추적을 담당했던 한 중견검사는 “정체불명의 돈이 안기부 예산으로 편입돼 세탁과정을 거친 뒤 다시 출금돼 선거자금으로 건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와 서울지검 특수부 등에서 대형 사건을 수사했던 한 변호사는 “신한국당에 건네진 안기부 자금은 김 전대통령이 직접 조성해 관리했던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전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서 한 푼도 안 받는’ 대신 국가예산 중 일부로 정치자금을 만들어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 경우 출처를 감추기 위해 비교적 안전한 안기부 예산으로 장부처리를 한 뒤 다시 빼내 사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변호사는 “김 전대통령 이전 정권에서도 그런 수법이 흔히 사용됐으며 당시 예산편성 주무부처와 안기부 청와대가 사전협의를 거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찰 안에서도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검사들이 많다. 한 중견간부는 “과거 대형사건 수사과정에서 안기부 돈으로 포장된 비자금의 ‘꼬리’를 본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며 “그 자금의 실체가 ‘통치자금’이라는 판단이 들어 수사를 멈췄던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의 자금은 그 뿌리가 김 전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중 남은 돈(잉여자금)에 닿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97년 김현철(金賢哲)씨 비리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는 “김 전대통령 대선자금의 입구와 출구는 거의 다 규명됐었다”며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어느 경우든 검찰 안팎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김 전대통령이 이번 안기부 자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