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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캠페인]시민단체들, 재정난에 허덕인다

입력 | 2001-01-11 18:57:00


녹색연합 서재철(徐載哲·34) 생태보전부장. 지난해 11월 공개됐던 전국의 도심 대인지뢰매설 실태를 조사한 주인공이다. 그런데 도심 주변에도 대인지뢰가 대량 매설돼 있다는 사실을 폭로해 충격을 던진 이 조사가 2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출장비가 없어 야생동물 밀렵감시 등 다른 출장을 간 김에 곁다리로 매설 지뢰를 조사했기 때문.

그가 녹색연합에서 받는 공식활동비는 월 65만원선. 이마저도 두어달씩 걸러 지급되는 일이 적지 않다. 각종 매체에 투고한 원고료 등으로 출장비를 충당하고 처갓집에 얹혀 살고 있지만 그 자신은 “특별히 불편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여성단체들은 독일 개신교해외개발원조처(EZE)에서 나오던 기금이 끊겨 비상이 걸렸다. 이 기금은 ‘제3세계의 교회 여성 빈민운동의 자립기반 형성’ 차원에서 지원받던 것이지만 96년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점진적으로 지원이 중단되고 있다. 올 7월이면 지원이 완전히 끊기게 된다는 여성단체연합 남인순(南仁順) 사무총장은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난해 6월부터 이 기금 지원이 중단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상담시간을 24시간에서 12시간 체제로 바꾸고 상담원도 13명에서 11명으로 줄이는 등 벌써 ‘긴축운영’에 들어갔다.

신년 벽두에 터진 경실련의 후원금 요청공문 사건을 계기로 시민단체의 열악한 재정현황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한국의 시민단체는 90년대 이후 급증해 현재 2만여개로 추산된다. 이른바 ‘빅 5’라 불리는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여성단체연합 등 널리 알려진 단체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풀뿌리 단체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규모가 크든 작든 취약한 재정 때문에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활동가가 생계 때문에 결국 시민운동을 떠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재정자립도는 회원이 내는 회비의 비중으로 따진다. 그러나 회비수입이 운영비의 70%를 넘는 곳은 참여연대뿐. 프로젝트나 후원금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현실의 원인은 우리 사회에 서구와 같은 기부문화와 시민참여가 부족하기 때문. ‘시민 없는 시민운동론’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시민운동이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참여는 하지 않고 결과물만 가지려는 시민들의 ‘무임승차 의식’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다른 한편 시민단체가 급증하다보니 ‘무늬만 시민단체’인 곳도 적잖게 생겼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河勝彰) 사무처장은 “시민운동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민운동에 실질적인 지원이 되도록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시행되는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세제혜택 등이 그 예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현대사회의 다양해진 사회 구성원의 요구를 포용하기 위해서는 국가체제가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시민사회영역으로 이월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창순(黃昌順·사회복지학) 순천향대 교수는 “시민사회 영역의 몫으로는 정부나 기업에 대한 견제 감시뿐만 아니라 대사회 서비스 기능 등도 포함된다”고 말한다. 고령화시대를 맞이한 일본에서 노인 돌보기 등 지역사회의 현안을 정부 행정력만으로는 책임질 수 없게 되자 ‘NPO지원법’을 만들고 비영리기구에 대한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예다.

박원순(朴元淳) 아름다운재단 이사는 “한국사회에도 공익 영역의 재정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최근 공익을 표방하고 탄생한 재단들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운재단을 비롯해, 한국여성기금 인권재단 등이 그것이다.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