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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 엿보기]기아 일부러 진다?

입력 | 2001-01-12 15:34:00


프로농구 90년대 최강팀 부산 기아의 행보가 수상하다.

물증은 없지만 이곳저곳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내년 봄 실시되는 신인드래프트에 김주성(205㎝·중앙대) 김태환(202㎝·한양대) 정훈(201㎝) 이한권(198㎝·이상 성균관대) 등 장신의 거물신인들이 대거 나오기 때문에 일부러 올시즌 하위권을 택해 최소한 이들 중 한 명을 뽑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기아가 의심을 받는 이유는 두 가지.

먼저 3라운드 초반 박수교 기아 감독이 노장 강동희와 스테미너가 약한 센터 듀안 스펜서의 체력 세이브를 위해 라운드 목표가 2승이라고 밝힌 것이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둘째,스펜서가 올초 미국 집에 강도가 들어 자신의 총을 도난당했다는 이유로 순위경쟁이 치열한 시점에서 3경기나 결장하며 미국을 다녀왔다.

물론 문화가 다른 미국에서는 큰 일이었을런지도 모르지만 간신히 6위에 턱걸이하고 있던 기아가 스펜서를 순순히 미국으로 보내며 3경기를 모두 패한 것은 다소 예상밖이라는 분석이다.

전통적으로 중앙대 인맥이 주류를 이루는 기아는 중앙대 전성기를 재현한 김주성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높이 스피드 센스를 모두 갖춰 서장훈을 능가할 차세대 한국 최고의 센터로 평가받는 김주성을 영입할 경우,향후 10년 가까이 강호로 군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김주성이 부산 동아고 출신으로 기아의 연고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여기에 설령 1/4 확률에 실패,2∼4순위를 잡더라도 김태환 정훈 이한권 등 당장 프로무대에 뛰어들어도 손색없는 특급신인들을 보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차피 삼성,LG,SK 등에 밀려 우승이 어렵다면 올 한 해만 좀 고생한 후 최소 5년을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기아는 이런 주장에 방방 뜬다.

박수교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임기가 올시즌을 끝으로 만료돼 재계약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누가 감히 고의 패배를 택하겠냐는 말과 함께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한 국내풍토에서는 말도 안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프로 4번의 시즌에서 우승 1회,준우승 두 차례,그리고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전통의 강호 기아.

플레이오프 탈락 문턱을 매일 넘고 있는 불안한 올시즌에 과연 어떤 최종성적표를 받게 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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