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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TV영화/14일]익살스런 90년대 LA 풍속도

입력 | 2001-01-12 19:11:00


▼LA 스토리(SBS 밤 1·00)▼

감독 믹 잭슨. 주연 스티브 마틴, 빅토리아 테넌트, 사라 제시카 파커. 1991년작.

뉴욕에서 삶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코미디로 우디 앨런의 ‘맨해튼’이 있다면 로스앤젤레스에는 ‘LA 스토리’가 있다. ‘신부의 아버지’로 유명한 코믹 배우 스티브 마틴이 대본과 주연을 맡고 아내 빅토리아 테넌트까지 출연시킨 이 영화는 90년대 LA에 대한 익살스런 풍속화다. LA 한 TV방송국 기상캐스터인 해리스(스티브 마틴)는 치열한 시청률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기예보에서 온갖 쇼를 펼쳐야하는 자신의 신세에 환멸을 느낀다.

몰래 바람을 핀 여자친구와도 헤어진 그에게 LA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영국에서 온 여기자 사라(빅토리아 테넌트)는 새로운 삶의 활기를 안겨준다. 하지만 성적 강박관념에 사로잡힌채 도회적 연애심리에 정통한 그에겐 순수한 애정고백은 힘들기만하다.

한때 철학교수를 꿈꿨던 스티브 마틴은 물신주의와 속물정신에 푹 젖은 후기자본주의 사회를 때론 볼록렌즈로 과장시키고 때론 오목렌즈로 축약시키면서 배꼽이 아닌 뇌를 쥐게하는 폭소를 끌어낸다.

유명 레스토랑의 저녁식사 테이블을 예약하기 위해 주방장에게 은행계좌의 잔고까지 보여주는 장면이나 해리스가 벽화를 본다면서 스크린 너머 관객들에게 던지는 야유는 일품. LA시민을 ‘공룡의 뇌와 코끼리의 성기를 지닌 인류’로 풍자한 대사와 만화의 말풍선을 이용한 대사처리는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 유행했던 포스트모더니즘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원제 L.A. Story. ★★★★

confetti@donga.com

▼로미와 미셸(KBS1 밤11·20)▼

감독 데이빗 머킨. 주연 미라 소르비노, 리사 쿠드로, 지안 가로팔로. 1997년작. 지난 주 방영한 존 쿠색의 ‘동창회 소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번엔 여성의 입장에서 졸업 10주년 고교동창회를 그린 작품을 소개한다. 여고 단짝친구로 주차장 회계원인 로미(미라 소르비노)와 백수신세인 미셸(리사 쿠드로)은 10년만에 열리는 고교 동창회에서 ‘포스트 잇’를 발명한 사업가로 행세하지만 곧 들통이 난다. 온갖 의상에 고급승용차로도 모자라 헬기까지 동원하는 한바탕 허영의 전시가 끝난 뒤 인생의 진면목이 찾아온다. 원제 Romy and Michele’s High School Reunion. ★★☆

▼호프만의 노래(EBS 오후 2·00)▼

감독 마이클 포웰, 에머릭 프레스버거. 주연 모이라 셔러, 로버트 라운스빌. 1951년작. 오펜바하의 오페레타를 소재로 음악과 발레에 맞춰 세트와 카메라 속도, 편집까지 세밀하게 연출돼 ‘작곡된 영화’라는 평을 들었던 작품. 호프만(로버트 라운스빌)이 회상하는 3편의 로맨스의 몽환적 분위기를 십분 살린 색채 또한 환상적이다. 헝가리 출신의 젊은 시나리오 작가 에머릭 프레스버거와 감독 마이클 포웰, 그리고 모이라 셔러는 상징성이 풍부한 동화에 눈분신 발레를 접목시킨 1948년작 ‘빨간 구두’에서도 호흡을 맞춘 예술영화의 명콤비다. 원제 Tales of Hoffman. ★★★★☆

▼카스카듀어(MBC 밤 12·20)▼

감독 하디 마틴스. 주연 레굴라 그로빌러, 하디 마르틴스, 하이너 로테르바흐. 1998년작.

독일판 ‘인디애나 존스’라 할만한 영화. 독일의 빌헬름 2세가 러시아에 선물했다는 전설의 보물 ‘엠버 쳄버’의 행방을 둘러싸고 유럽과 남미의 오지에서 모험이 펼쳐진다.

엠버 쳄버는 사방이 호박으로 만들어진 1억5000만달러짜리 방. 할리우드에서 스턴트맨 생활을 한 하디 마틴스가 감독과 주연을 맡아 각종 고난도 스턴트를 펼치는 장면은 볼만하지만 극적 짜임새는 허술하기 그지없다. 원제 Cascadeu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