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을 둘러싼 여야 대치정국의 파고(波高)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13일 검찰이 당 사무처 직원 4명을 전격 연행해가자 극도로 흥분해 정권퇴진운동까지 외치고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은 연행과정에서 보인 한나라당의 태도를 ‘상습적 법질서 유린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대야(對野)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은 14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나라당이 강삼재(姜三載)부총재의 검찰소환을 저지하기 위해 소집한 국회가 설사 ‘방탄국회’라고 해도 참석하기로 방침을 선회했다.》
▽연행 공방〓한나라당은 당 사무처 직원들이 전격 연행된 데 대해 “해도 너무 한다”며 격앙된 표정이었다. 사무처 직원 150여명이 철야농성을 벌인 데 이어 14일 열린 주요당직자 및 국정위기비상대책위원 연석회의에서는 ‘정권퇴진운동 불사’ 방침 등이 결의됐다.
비대위 위원장인 하순봉(河舜鳳)부총재는 “검찰이 기습적으로 당직자를 연행해간 것은 유일 야당을 파괴해서 장기집권 음모를 획책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권의 야당말살 정책이 명백해진 이상, 당의 명운을 걸고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15대 총선 자금과는 무관한 사람들까지 출두요구나 사전예고도 없이 불법 강제연행한 것은 인권유린의 극치요, 명백한 권력남용 사례”라고 비난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도 “야당 때려잡기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며 “자신들의 주장이 허구임이 드러나자 당황한 검찰이 무차별 소환에 의해 꿰맞추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마저 폭력적으로 방해함으로써 법 위에 군림하는 것은 물론 법 자체를 무시하는 초법적이고 탈법적인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맞받았다
▽등원결정 배경〓‘방탄국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던 민주당이 김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방침을 선회한 것은 강삼재 부총재 체포동의안 처리를 강행키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가 “장재식(張在植)의원 추가이적을 감행한 것도 강부총재 체포동의안을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중권(金重權)대표도 14일 “(한나라당을 설득할) 특별한 복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설 이전에라도 여건만 되면 강부총재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행처리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물밑에서 뭔가 ‘대야 유화조치’를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강부총재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선에서 이번 사건을 매듭짓는 방안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이 ‘안기부 돈’을 지원받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선의의 피해자’라고 규정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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