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대지진으로 1500여명이 숨졌던 엘살바도르에 또다시 수천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재앙이 찾아왔다.
진앙에서 가까워 가장 큰 피해를 본 산미겔 시 일대는 숨진 채 발견된 가족과 친지의 시신을 부둥켜안은 채 절규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 참극의 현장으로 변했다. 아직 위험이 남은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아내려는 목숨을 건 구조활동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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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살바도르 강진… 1310명 사망실종
발생일
국가
진도
사망자
1972년 12월23일
니카라과
6.2
1만여명
1976년 2월 4일
과테말라
7.5
2만2778명
1986년 10월10일
엘살바도르
7.5
1500여명
○…1000여명이 실종된 수도 산살바도르 인근 라스콜리나스의 흙더미 속에서는 한 여성이 어린 딸을 두 팔로 감싸안고 최후의 순간까지 아이만큼은 살려보려다 함께 시신으로 발견돼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건물 잔해를 누비던 카르멘 데 마린(41)은 “시장에 갔다 와보니 집이 무너져 열두살짜리 아들이 실종됐다”며 “제발 아들을 구해달라”며 구조대원에게 매달렸다.
○…수백채의 건물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수백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된 산살바도르 인근 라스 콜리나스에서는 건물 더미 속에 파묻혀 있던 3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콘크리트 더미에 다리가 짓눌린 상태에서 발견된 마리아 안토니아라는 가정부는 5시간 동안 구조대원들이 콘크리트 더미를 깨부순 끝에 목숨을 건졌다. 이 소녀는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함께 집더미에 파묻힌 동생과 지금까지 돌봐온 주인집 아이들을 애타게 불러 주위에선 눈시울.
○…산미겔 인근의 한 작은 마을에서는 25명이 한꺼번에 숨졌다. 집 300여채가 무너졌으며 병원 외벽마저 무너져 부상자를 치료하기조차 힘든 사정이다. 또 라스콜리나스에서도 20구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생존자를 한사람도 발견하지 못한 구조대는 크게 낙담한 표정이었다.
○…산살바도르 시내의 기업은 대부분 휴무에 들어갔으며 상가 역시 대부분 철시했다. 일부 지역에는 전화와 전기마저 끊겨 구조활동이 더욱 늦어지기도 했다. 이런 속에서도 한 유랑 서커스단 행렬이 확성기를 틀어놓고 시내를 행진해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로마 가톨릭교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4일 성명을 통해 모든 이들이 합심해 도와줄 때 비극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 이라면서 국제사회에 대해 중미의 지진 피해 복구를 적극 도와줄 것을 호소. 99년과 2000년 지진 피해를 크게 입었던 대만은 이날 의사와 기계 정비공 등 30명으로 구성된 전문구조대를 엘살바도르에 파견. 이에앞서 14일 아침에는 멕시코와 과테말라가 파견한 긴급구조단이 엘살바도르에 도착, 즉시 인명구조활동을 전개.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