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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더스클럽]"온라인 도서할인제 폐지 어디로 가나?"

입력 | 2001-01-15 09:44:00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서할인제 폐지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을 메일로 가끔 받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면 "온라인 서점이 싸게 팔겠다는 데 왜 정부가 나서서 막습니까" "정치에서도 숫자로 밀어부치더니 서점들도 숫자로 밀어부치는 겁니까" "도서할인제 정책을 세우는데 소비자 목소리는 한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등입니다. 할인제 폐지를 비난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시장경제에서 가격할인을 포함한 경쟁은 자연스런 흐름입니다.이런 순리를 막다보면 부작용도 생기고 적지 않은 반발도 생기기 마련인 모양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4일 도서할인제 폐지를 둘러싼 유쾌하지 않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소동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으며 할인제 폐지의 향방은 이번주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새해 벽두인 4일 그날 교보문고등 대형 오프라인 서점,예스24 등 온라인 서점, 출판사, 도서유통업체들은 '전국도서유통협의회' 창립총회를 열었습니다. 소비자를 제외하고는 도서할인제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다 모인 자리여서 특별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진행과정과 결과는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회의 시작전만 하더라도 예스 24, 와우북, 삼성 크리센스, 북토피아 등 굵직한 인터넷 서점들이 도서할인제도 폐지에 찬성할 것으로 알려져 오프라인 서점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협의회도 예상처럼 "최고 30-40%에 달하는 도서 할인판매제를 폐지하는 대신 10%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주 안에 온라인 서점이 참여하는 간사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할인제 폐지 일정을 협의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협의회의 발표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발표가 있은지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예스 24 등 6개 인터넷 서점은 협의회의 발표문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문을 내놓은 것입니다. 마일리지 비율을 판매가의 10%로 합의한 적이 없는데 협의회가 멋대로 발표했다는 내용입니다.

"마일리지 제도의 시행시기와 시행에 따른 전제조건 등 모든 문제는 유통협의회 내에서 논의하자는 것이 유일한 합의사항인데 모든 것이 다 결정된 것처럼 발표됐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온라인서점들이 정작 불쾌하게 생각한 것은 마일리지 할인 몇 %에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진짜 불쾌해하는 부분은 협의회측의 일방적인 진행태도인 것 같습니다.

온라인 서점들은 협의회가 이처럼 무리하게 서두르는 이유가 여론몰이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 도서할인제 폐지를 두고 부처간 이견이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도서정가제를 법제화하려는 데 반해 규제개혁위원회는 이 법안에 문제가 많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도 도서정가제를 하지 않는 서점에 대해 책을 공급하지 않는 것은 불공정거래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인터넷 서점의 반박문 발표로 할인제 폐지와 마일리지 도입에 대한 협상은 다음 주로 미뤄졌습니다.그러나 온라인서점들의 감정이 이미 상한 터라 원만한 협상결과가 나올지는 누구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박종우he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