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부활'이 이번에는 부활할까.
'부활'은 86년 데뷔한 뒤 '사랑할수록' '희야' 등으로 서정적인 록발라드의 간판 밴드로 자리잡은 그룹. 그러나 95년 4집 '잡념에 관하여' 이후 이전의 인기를 누리지 못했고 99년 6집을 낸 뒤에는 밴드 내부사정으로 제대로 활동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새음반 소식을 접하자마자 '이번에는 부활할까’라는 궁금증부터 먼저 일었다.
‘부활’은 7집인 새음반 ‘칼라’에 데뷔 15주년을 결산하는 의미를 담았다. 타이틀곡 ‘안녕’은 87년 2집의 ‘회상 2’를, 수록곡 ‘대신할 수 없는 아픔’은 3집의 ‘기억상실’을 연상시킨다. 연주곡 ‘칼라’는 70년대 록사운드를 부활시킨 노래이고 ‘동강’ ‘리플리히’ 등은 전형적인 부활 스타일의 록발라드다.
‘부활’의 원년 멤버인 김태원은 “비(눈)오는 날, 우리 노래를 떠올리는 이름모를 팬들의 힘이 우리 부활의 밑거름”이라며 “1∼6집의 수록곡들에 담긴 음악적 아이디어와 철학을 새 노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인 ‘안녕’은 보컬 이성욱의 아련한 음색과 서정적인 사운드로 이별의 아픔을 담은 록발라드다. 이성욱의 보컬은 가늘면서도 힘이 있어 발라드의 슬픔을 진하게 토해낸다. 그는 “록보컬은 야수같은 힘과 꽃같은 가냘픔을 겸비해야 할만큼 감성 표현의 폭이 넓어야 한다”며 “이번 음반 중 어떤 노래는 내가 불렀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고.
멤버는 김태원을 빼고 이성욱(보컬), 엄수한(건반), 서재혁(베이스), 김관진(드럼) 등으로 크게 바뀌었다. 밴드가 그만큼 진통을 겪었다는 뜻이다. 특히 야구로 치면 투수격인 보컬이 매 음반마다 바뀌는 점도 팬들로서는 안타깝다. 지금까지 ‘부활’을 거쳐간 보컬은 이승철 김재기 김재희 박완규 등.
보컬 이성욱은 ‘신조음계’에서 활동한 바 있는 경력 10여년의 베테랑. 김태원은 “보컬이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두께가 있는데다 음악적 감각과 테크닉도 뛰어나 삼고초려했다”고 말했다. 이성욱은 2000년초 서울 변두리의 막창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형! 나를 선택했으면 잘한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그는 “‘부활’의 명성이 화려해 다소 부담스러웠으나 나도 10년 넘게 노래를 불러온 터라 제대로된 그룹 사운드와 조화를 맞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활’은 일단 이름 하나만으로도 록 시장의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밴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변화무쌍한 가요계에서 제대로 ‘부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부활’은 달라진 멤버들의 연주 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라이브 공연을 승부수로 던질 계획이다. 이들은 2월 서울 대학로에서 라이브 공연을 가진 뒤 전국 순회 공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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