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눈물'의 주인공인 한과 새리, 창과 란은 영화에서 결코 울지 않는다.
영화 '눈물'은 서울 가리봉동 뒷골목에서 술집 접대부, 단란주점 삐끼(호객꾼) 등으로 일하는 17세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런데 딱 한번 라스트 씬에서 새리가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현실에 눈물을 흘린다. 이 눈물은 10대들이 자신들의 삶을 이렇게 만든 현실을, 그리고 어른을 탓하며 흘리는 눈물이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10대들의 상황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청소년들 이야기를 다룬 '눈물'이 18세 이상 관람 등급을 받게 된 것. 정작 영화의 주인공들과 같은 나이인 17세의 고등학생들은 영화로부터 '접근금지'를 당했고 10대들은 또 다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 영화의 등급판정과 관련해 청소년들의 '볼권리' 문제가 다시 불거진 가운데 문화개혁을위한 시민연대는 15일 오후 1시 서울 남산 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영화 시사회와 함께 '청소년 일탈과 청소년의 볼권리'를 주제로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는 형식적인 발제로 시작되는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영화를 보고난 뒤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편안한 자리로 진행됐다.
"10대들의 영화를 정작 10대들이 볼 수 없는 것은 딜레마죠."
다소 강경하게 먼저 입장을 밝힌 이동연 문화연대 청소년문화위원장은 "청소년들의 '볼권리'를 '청소년보호'라는 미명아래 억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교사대표로 참석한 김정욱 개원중학교 교사는 "영화 주인공들인 일탈한 10대들은 실제로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교사입장에서 '부정적인 것들의 미화'가 청소년에게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고려할 때 영화등급제한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교사는 또 "그러나 교사라는 신분을 벗고 개인적으로 볼 때는 고등학생 관람가가 적당하다고 본다"며 다소 '모순'되는 입장을 털어놓기도 했다.
학부모 대표로 초청된 박홍남이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사무국장은 "극소수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보고 일반학생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하지만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영화를 함께 보며 10대들의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담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곽영진씨는 "청소년들이 직접 영화를 보고 자신들의 행동이 나쁜지 판단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자"고 주장했다. 곽씨는 또 "청소년들이 학부모 보호 아래 관람가능한 영화등급제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효관 청소년직업체험센터 부관장 역시 "청소년들의 일탈현실을 감추지말고 드러내 그들이 스스로 판단해 깨우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곽씨의 의견에 동조했다.
토론자들은 모두 '눈물'이 고등학생들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으며 다만 '학부모 동반'이라는 조건을 달아야 한다는 것에만 의견차이를 보였다.
이날 시사회와 토론회는 학부모,교사,시민,그리고 '눈물'을 연출한 임상수 감독과 주연배우 4명 등 100여명이 빽빽히 자리를 메운 가운데 열렸다.
하지만 청소년을 다룬 영화를 정작 그들이 볼 수 없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청소년들의 볼권리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도 역시나 청소년들이 빠진 어른들만의 '김빠진'자리가 되고 말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희정/동아닷컴 기자 huib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