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사운드 트랙은 영화의 첫 장면과 마찬가지로 봉수(설경구)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아직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녀, 바로 자신의 아내가 될 여자에게 보내는 봉수의 영상 편지다.
"당신은 참 특별한 여자일 것 같아. 내 아내는 그런 여자였으면 좋겠어."
간절히 바라는 것을 이루지 못한 남자의 음성은 서글프게 떨리고 그 긴 여운 사이로 이현우의 애절한 목소리가 오버랩 된다.
"멍-하-니 TV를 보다가 부딪히면 툭 하는 말 '잘 자요'...'밥 먹었니' 물어줄 편한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이 동명의 노래는 애처롭게 시작해 청량한 사이다처럼 끝난다. 마치 봉수의 소망이 곧 이루어질 것임을 노래의 어조로 알려주려는 듯이. 중저음의 점잖은 음색을 지닌 이현우가 뮤지컬을 부르듯 소리 높여 내지르는 이 곡은 영화를 안 봐도 영상이 떠오를 만큼 드라마틱하다.
바닥에 떨어진 빗방울이 리드미컬하게 툭툭 튀겨 올라가는 장면이 떠오르고, 우산들이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 원주와 봉수가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는 장면, 사랑이 시작되기 직전 두 사람의 풋풋한 염탐전이 떠오른다. 모노톤의 피아노 연주로, 다시 트럼펫과 피아노 협주로 변주되는 곡들은 이 갖가지 연상작용을 자연스레 도와준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운드트랙은 한마디로 영화음악을 빙자한 일종의 뮤지컬 음반 같다. 전도연의 짝사랑을 보듬어주는 '그리움'과 설경구의 가슴을 쓸어주는 '옛 사랑'은 남 몰래 하는 사춘기적 사랑의 감정을 풍부하게 담고 있으며, '이런 장난 하지 말아요'는 용기를 내서 준비한 프로포즈가 수포로 돌아갔을 때의 허전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의 음악을 책임진 조성우는 등의 영상에 음악을 입혔던 인물. 그는 이번 음악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음악의 역할을 축소했을 만큼 어른스럽게 영화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왈츠와 스윙재즈, 발라드로 이어지는 산뜻한 사랑의 하모니에 젖어 있다보면 마치 수준 높은 뮤지컬 한 편을 본 것처럼 역동적인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쑥스러워 차마 내뱉기 망설였던 문구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도 어느 순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아!"라는 경쾌한 어조로 바뀌어 자연스레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하다.
의 사운드트랙은 오랜만에 만나는 품질 높은 사랑의 '음악 편지'다.
황희연 benot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