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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정두채/수입약 '묻지마 복용' 탈난다

입력 | 2001-01-16 18:24:00


국민보건의 필수요소인 의약품을 생산 공급하는 제약산업은 기술집약도가 높은 고부가가치산업이다. 세계적인 신약 한 품목이 자동차 300만대를 생산해 얻는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우리나라도 제약산업에서 세계적으로 경쟁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다. 세계 12위권의 제약국가로서 값싸고 약효가 뛰어난 개량신약을 생산해 국내 수요의 85%를 감당하면서 연간 7억달러 어치를 수출하고 있다. 재작년 '선플라' 라는 신약이 개발된 데 이어 45개 신약이 개발중에 있다. 외국에서 우리 신약을 쓸 날이 곧 올 것이다.

그런데 제약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이 때에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참으로 딱한 상황에 처해 있다. 국내 제약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전에 대규모 외자 제약기업들과 무한경쟁하게 됐기 때문이다. 선진국 제약기업들은 기술이전을 기피하고 국내 의약품시장을 직접 공략, 외자기업들의 시장 점유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의약분업제도도 제약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대체조제 인정기준이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으로 바뀜에 따라 국내 제약기업들이 생산하는 3000여 종의 의약품이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의사와 약사가 국민건강을 위해 안전하고 유효한 의약품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수입의약품이 국산의약품보다 낫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값싸고 약효도 뛰어난 국산의약품 사용을 기피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제약기업들이 수지를 맞추지 못해 필수의약품이나 값싼 기본의약품 생산을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만약 국산의약품이 사용되지 않아 외자 제약기업 의존도가 높아지고 국내 제약기업들이 도산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의약품 가격이 비싸질 것이며 국내 제약기업들은 신약개발을 하지 못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결국 제약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지 못한 채 21세기 생명산업시대에도 보건후진국으로 남을 것이다.

정부는 제도와 정책을 개발하고, 의료인과 약사는 좋은 국산의약품을 처방 투약하며, 제약기업 종사자는 신약개발 연구와 생산효율 증대에 매진해 제약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문턱을 넘어야 할 때다.

정두채(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