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인 서울 종로구 묘동 단성사(團成社)의 건물이 헐린다.
단성사와 종합건축사무소 아키반(대표 김석철)은 올해 9월 현 단성사 건물을 헐고 같은 자리에 지상 12층, 지하 5층 규모의 멀티플렉스 ‘시네시티 단성사’를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11개의 상영관을 갖춘 이 멀티플렉스의 개관 예정일은 2003년 9월.
1907년 2층 건물로 문을 연 단성사는 개화기와 광복 직후 연극 공연과 영화 상영의 주요 근거지 역할을 해왔으며 한국을 대표해온 역사적 극장. 94년 동안 수차례에 걸친 보수공사와 1개관을 2개관으로 늘린 대대적 내부개조(98년)때에도 외관은 그대로 유지되어 왔으나 이번에는 완전히 철거된다.
단성사 이주호 부사장은 “현 극장 건물이 한국은행처럼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도 아니고 너무 낡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며 “단성사의 역사적 상징성은 그대로 살려 특성있는 멀티플렉스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300억원을 들여 건설될 신축 건물에서 790석 규모의 대형 상영관은 오페라하우스처럼 발코니 좌석을 만들고 연극, 오페라, 뮤지컬 공연도 겸할 수 있도록 할 계획. 200석 규모 극장 3개관은 예술성이 높은 영화를 상영하는 시네마테크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1, 2층은 일본 ‘소니 몰’처럼 첨단 영상을 상시적으로 보여주는 쇼룸으로 꾸며지고 지하철과 곧장 연결될 광장 바닥은 지하가 들여다 보이는 유리로 만들어지는 등 첨단 디자인과 시설로 구성된다. 11, 12층에는 스카이라운지를 설치해 종묘와 창덕궁 남산을 모두 바라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아키반 김석철 대표는 “단성사 재건축은 1개 극장의 재건축이 아니라 창덕궁에서 종로 3가를 거쳐 남산까지 도시를 가로지르는 문화 네트워크 건설작업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계획 중인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과 보조를 맞춰 단성사∼서울극장∼명보플라자∼스카라극장∼대한극장으로 이어지는 ‘영화의 거리’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
단성사는 일제시대 유일한 한국영화 상영관으로 1924년 한국 최초로 한국인에 의한 극영화 ‘장화홍련전’을 제작, 상영했으며 1926년에는 나운규의 민족영화 ‘아리랑’을 상영했다. 해방후 주로 악극이 공연되다 한국전쟁 이후 영화전용극장이 됐다.
단성사는 90년대 초반까지 ‘장군의 아들’ ‘서편제’ 등을 상영하며 명성을 유지했으나 극장간 시설경쟁이 치열해진 90년대 중반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