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16일 내놓은 신용보증 확충방안은 규모면에서 일단 파격적이다. 영하의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은 자금시장에 훈기를 불어넣자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자칫하다간 보증기관 부실과 ‘제2의 공적자금’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극약처방’이다.
▽신용보증을 통해 ‘확실히’ 살린다〓이종구(李鍾九)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자금시장을 제대로 굴러가게 하기 위해선 신용보완조치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33조원 규모의 보증을 서 기업에 43조원의 자금이 흘러들어가도록 했다. 올해는 이 규모가 각각 54조원과 73조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대기업의 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프라이머리CBO)에 10조원의 보증을 서 20조원의 만기도래 회사채가 차환발행되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3일 살아날 수 있다고 판정된 235개 기업에도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에 7조원어치의 보증을 서줘 이들 기업에 10조원의 자금수혈이 가능해진다. A등급 우량회사채 말고 별도대책이 필요한 25조원어치의 회사채가 대부분 차환발행 가능하도록 보증을 서주는 셈이다.
▽벤처기업 전용 프라이머리CBO 보증 ‘눈길’〓재경부는 종전의 프라이머리CBO를 발전시켜 주채권은행이 회사채 차환발행과 여신상환 등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프라이머리CBO 보증지원장치도 짜냈다. 주채권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이 공동으로 회사채 차환발행 수요와 현금흐름 및 신용도 등을 감안해 기업을 선정하고 기업은 조달자금 중 절반 이상을 회사채 차환용으로 써야 한다. 중소 벤처기업에는 37조원의 신용보증이 주어지는데 구매자금융과 무역금융 기술집약형보증이 중점 지원대상. 특히 코스닥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한데 모아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전액 보증하는 ‘벤처기업전용 프라이머리CBO’가 선보여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스닥기업에 자금 숨통을 터줄 전망.
▽만만찮은 부작용 우려돼〓당장 먹기에는 좋은 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구조조정 막바지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들이 정부보증을 받아 멀쩡하게 살아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정부가 시장회생을 위해 보증을 남발할 경우 구조조정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대규모 보증지원을 하면서 옥석을 가리지 않을 경우 국민세금이 부실기업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지적이다. 당장 1조4000억원어치의 보증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숙제다. 이번 대책은 정부와 기업들이 모두 모럴해저드에 빠질 수 있는 ‘가시 박힌 장미꽃’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