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금융환경이 복잡하다.
외국인은 증시에 2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붇고 있다. 그런데 외환시장에선 달러가 원화에 대해 초강세다. 이런 금융환경이 외국인들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주식투자자들로서는 외국인의 증시 이탈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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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큼 샀다?〓외국인은 올들어 16일까지 2조2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 결과 대형우량주 지분이 급증했다. SK텔레콤, 한국통신공사는 한도를 다 채웠다. 삼성전자(56.42%), 포항제철(42.66%) 주택은행(66.64%) 국민은행(61.48%) 등도 ‘사실상의 한도’를 채운 셈. 공략대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연초에는 블루칩과 금융주가 대부분이었으나 3,4일전부터는 한국전기초자, 신세계백화점, LG전선, SK글로벌 등 중가우량주들도 많이 사들이고 있다.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국내 펀더멘틀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외국인 매수세가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뿐 아니라 뮤추얼펀드도 점점 단기화하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이탈 시나리오〓‘현재의 주식현물매수+역외선물환(NDF)에서 달러매수→주식현물매수+주식선물매도→주식현물매도로 주가하락때 선물이익 실현’의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NDF에서 강력한 달러매수세는 국내증시 이탈에 대비한 외환 헤지로 분석된다. 올들어 NDF 달러매수잔고 증가분이 20억달러로 주식순매수 규모와 비슷하다.교보증권 임송학투자전략팀장은 “NDF에서 달러매수 주도세력이 미국계투자은행들과 단기투자펀드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선물에서 이익을 챙긴다는 것은 외국인 매도물량을 받아줄 곳이 없다는 현실을 감안한 대목. 현물 매도시 주가급락이 불가피해 차익을 많이 남기기 어려우므로 선물에서 승부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외국인의 변화를 읽으려면〓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매도전환하거나 환율이 떨어지는 시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결제약정은 매수 8600계약, 매도 6500계약으로 약간 매수 우위다. 선물 매도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앞의 시나리오가 진행되거나 외국인의 향후 증시전망이 밝지 않다는 뜻. 환율이 상승 추세라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환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거꾸로 달러 형태로 자금을 회수하는 쪽이 유리해진다.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