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학생 정혜은씨(24·서울 동대문구 이문동)는 집으로 돌아오던 중 쇼핑가방을 버스에 놓고 내렸다.
정씨는 곧바로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가방은 들어온 게 없다. (분실물을) 관리하는 곳도 없고 새 것이면 찾기 힘들 것”이라는 퉁명스러운 ‘답변’만 들어야 했다.
“도대체 어디에다 하소연해야 하나요.”
며칠 전 택시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회사원 김기연씨(34·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신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택시 운전사는 대뜸 김씨가 사는 곳을 물었다.
이 운전사는 “(내가 살고 있는) 수유리에서 개포동까지 가려면 수고비로 3만원 정도 받아야지”라며 “요즘 휴대전화가 비싸니까 나도 어디다 팔아버리면 그만”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씨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수고비’와 휴대전화를 맞바꿔야 했다.
버스와 택시 등을 이용한 시민들은 가방이나 지갑 등을 놓고 내린 뒤 ‘속을 태운’ 경험이 누구나 한 두 번씩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버스나 택시의 경우 분실물 관리센터 운영이 어느 정도 제 자리를 찾고 있는 지하철에 비하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만큼 ‘원시적’인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
버스의 경우 버스운송사업조합 차원에서 습득물을 관리하는 곳이 아예 없다.
버스회사가 스스로 습득물을 관리해야 하지만 회사측은 별 관심이 없다.
시내버스 S여객측은 “(습득물을) 따로 관리하는 데도 없고 그냥 우전사들이 가져오면 놓아둔다”며 “찾아가는 사람도 드물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택시의 경우 그나마 개인택시(02―415―9521∼5), 일반택시(02―420―6110∼7)로 나눠 분실물 신고센터를 운영중이다. 틀은 갖춰 놓았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은 버스와 마찬가지.
일반택시 분실물 신고센터의 한 직원은 “매달 택시내 분실물 신고는 300여건에 이르지만 택시운전사들의 습득신고는 10건에 불과하고 주인을 찾아주는 경우는 한달 평균 2, 3건에도 못미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택시 버스회사에서는 습득한 물건을 회사측이 1주일간 보관한 뒤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모르고 있었다.
서울 관악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관할 지역 내에 버스회사가 6곳, 택시회사가 5곳인데 지난 6개월간 이들 회사로부터 접수된 습득물 신고건수는 1건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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