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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설치미술작가 육근병, 9월 유엔빌딩서 전시회

입력 | 2001-01-16 19:29:00


인간의 눈(目)을 중요 소재로 다뤄온 작가 육근병(44·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이 6년 동안 준비해온 ‘눈’ 작업의 결정판을 드디어 올해 선 보인다. 미국 뉴욕의 유엔 빌딩 외벽을 전세계 187개국 9세 여자 어린이들의 눈으로 가득 채우는 것.

“유엔빌딩을 택한 것은 이 건물이 인류 현대사의 희노애락을 응축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전 세계 순진무구한 여자 어린이들의 오른쪽 눈을 비디오로 찍어 비춤으로써 세계 인류를 향해 ‘인간성을 회복하라’는 메시지를 던져 줄 계획입니다. 지난해에 이 일을 벌이려다 진정한 의미의 21세기 시작은 올해라고 생각해 올 9월로 일정을 늦췄어요.”

유엔 정기총회 시기에 맞춰 9월9일부터 10월19일까지 40일간 열리는 이 작업의 이름은 ‘유엔 프로젝트’로 정해졌다. 작업의 ‘무대’는 핑크빛이 섞인 흰색의 유엔 건물 외벽이다. 47대의 막대 모양 빔 프로젝터를 설치하고, 이 프로젝터가 건물 외벽에 가로 4m 세로 6m 크기로 3, 4개씩 총 187개의 눈을 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187개의 눈이 뉴욕의 밤을 깜빡거리며 쳐다보는 색다른 광경이 연출된다.

그는 지난해 11월 입주한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의 창작스튜디오와 부천의 개인 작업실을 오가며 막바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주 찾아가 본 그의 광주 창작스튜디오는 TV브라운관 비디오카메라 컴퓨터모니터 전선 등 각종 장비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는 이 안에서 작업의 진행과정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의 스탭들은 세계 각국을 돌며 120여개국 어린이들의 눈을 이미 찍었다. 현재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눈을 촬영하고 있으며, 이는 곧 마무리될 예정이다.

유엔 현장에서의 본격적인 설치작업은 8월초부터 20일간 진행된다. 8월 중순에는 이 프로젝트의 자문위원인 벨기에 겐트미술관장 얀 후트, 미국 뉴욕 MOMA의 수석 큐레이터 바바라 런던, 프랑스 리용현대미술관장 티에르 플라티,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자문위원들이 참여하는 자문회의가 현장에서 열려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유엔 프로젝트’는 그동안 연속돼온 그의 눈(目) 작업의 결정판. 그는 ‘눈은 우주와 인간의 축소체이며 역사와 세상 만물을 거짓없이 직시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철학으로 88년 첫 개인전 이래 눈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이같은 그의 작품활동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92년 한국작가로는 드물게 세계 미술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제9회 카셀 도큐멘타’에 참가하는 영광을 안았으며, 93년 도쿄 오사카 삿포르 일본 3개 도시의 모든 전광판에 사람 눈동자를 방영하는 ‘일본 프로젝트’를 수행해 일본인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아시아 작가들의 ‘레지스탕스’전에도 새로운 작업을 담은 비디오영상물을 출품할하며, 2004년으로 예정된 ‘알라스카 프로젝트’(빙하 예술)도 올 연말부터 손을 댈 계획이다.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