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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카르도수 브라질대통령

입력 | 2001-01-16 19:48:00


《종속이론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페르난두 엔리케 카르도수 브라질 대통령(69)이 17일 3박4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카르도수의 리더십에 힘입어 브라질은 세계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그의 사상과 정치이념을 알아본다. 》

브라질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가 오간다. “대통령 카르도수에 대한 최대의 비판자는 사회학자 카르도수이다.” 사회민주주의자로 자처하는 카르도수가 대통령이 된 이후 과거 종속이론가답지 않게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도 높게 펴고 있는 것에 대한 비아냥이다.

종속이론가로서 그의 학문적 명성은 전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 미국 학술원이 1984년 그와 위르겐 하버마스에게 영예로운 외국인 회원 자격을 준 것으로 이는 입증된다. 정치인으로서의 경력 또한 화려하다. 1994년과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에 당선됐다.

학창시절 마르크스 레닌주의자였던 그는 헝가리사태 이후 스탈린주의에 환멸을 느껴 사회민주주의자로 개종했다. 대통령으로서 지금도 학술논문을 쓰면서 좌우 사이에서 실현가능한 ‘중범위 유토피아’(middle―range utopia)를 추구하는 제3세계에서의 ‘제3의 길’을 주창한다.

그와 쌍벽을 이룬 종속이론의 대부 군더 프랑크와 비교해 볼 때 그의 ‘종속적 발전론’(dependent development)은 상당히 우파적이다. 종속적 발전론의 매력은 근대화이론이나 종속이론으로 설명이 잘 안 되는 한국 대만 브라질 멕시코 등의 경제성장을 종속과 발전의 양립 가능성에서 해명해 준다는 데 있다.

사회이론이란 현실변화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 카르도수는 종속이론가도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세계화 시대의 종속은 정보과학혁명과 결합되어 산업 금융 기술 상의 재편을 가져오는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개도국들은 이전 보다 더 심한 종속의 나락으로 빠져 영원히 주변부로 남게 된다. 새로운 종속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교육에 투자해 정보능력을 갖는 인적자원을 키우고 기업과 사회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종속이론가치고는 엄청난 실용적 처방이다.

우리에게 페테(PT)로 알려진 노동당 출범시 카르도수는 동지들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헌정사상 초유의 실험인 좌파 정당에의 참여를 거부했다. 대중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사회에서 계급을 기반으로 한 정당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거부의 변이었다. 이로 인해 그는 사회과학계의 진보집단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그는 군부의 잔재가 남아있는 나라에서 그에 편승하려는 우파 기회주의나, 그것을 깡그리 무시하는 좌파 이상주의는 모두 한계가 있다는 냉정한 상황인식을 가졌다. 그가 독자적으로 사회민주당을 결성하고 군정의 협조자였던 자유전선당과의 제휴를 통해 권좌에 오른 데서 이같은 현실감각을 엿볼 수 있다.

카르도수는 스스로를 환자의 병인을 밝히는 연구자라기보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에 비유한다. 그가 대통령이 된 데에도 레알화의 개혁을 통해 살인적 인플레를 잡은 안정화 정책의 성공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외채 외환 재정 금융 등 경제위기란 위기는 다 겪은 브라질을 살리기 위해선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본다. 시장친화적 정책에 대한 진보적 학자들로부터의 냉소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현실가능한 대안이 있으면 내놓으라고 자신있게 요구한다.

임현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