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버츠만 같아라~'
올시즌 돌풍을 일으키는 LG의 에릭 이버츠는 한국 농구와 인연이 깊다.
프로농구 원년인 97년, 첫 용병으로 한국땅을 밟은 뒤 좋은 활약을 보였음에도 각 구단들의 담합(?)으로 재수, 삼수를 거쳐 지난해 다시 한국 농구 코트로 돌아온 선수이다.
99-2000시즌, 3년만에 다시밟은 한국프로농구코트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역시 이버츠~'라는 찬사를 이끌어내더니 올해는 더욱더 업그레이드 된 눈부신 기량으로 LG의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타의로 한국프로농구로 복귀하지 못한 몇년간, 은행을 다니며 운동을 쉬었던 이버츠는 작년 막판 훈련부족 때문인지 체력이 달리는 모습을 많이 보였지만, 올해는 4라운드까지 오면서 변함없는 기량을 보여주며 특급 용병으로서의 위용을 한껏 떨치고 있다.
00-01시즌 기록으로 본 이버츠의 활약상은 한마디로 눈부시다. 현재 이버츠는 평균 28점 24점으로 득점 3위, 리바운드 9위, 3점슛 성공률 2위, 야투율 3위를 달리며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을 달리며 LG 공격농구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이버츠가 빛나는 이유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중 가장 교과서적인 농구를 펼치는 모범생이라고 알려져 있는 그는 성실함만으로도 충분히 감독을 든든하게 만든다.
흔히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이 우리나라 농구를 깔보고 개인 플레이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버츠에게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항상 성실하게 코트 곳곳을 뛰어다니고, 심판 판정에도 인상쓰며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늘 묵묵히 코트를 누비며 튀지 않지만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더구나 부상없이 꾸준한 출장시간을 기록하며 모범생다운 면모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5명이 하는 농구 경기에서 특급선수 한사람의 역할은 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사람만에 의존하는 농구는 오래 가지 못한다. 좋은 활약으로 다른 선수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것, 그럴 수 있는 선수가 진정한 스타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세기 브룩스나 SBS의 에드워즈처럼 튀지 않지만 '어느새 이만큼이나 넣었어?'하는 말이 절로 나오게끔 하는 이버츠. 일부 개인플레이를 남발하거나 한국 농구를 무시하고 태업을 일삼는 외국인 선수들이 그의 행동을 조금이나마 본받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희경/동아닷컴 객원기자 wkbl@wkb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