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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월드 리베로' 이호 "풋내기가 신경쓰여"

입력 | 2001-01-18 18:35:00

이호(왼쪽)와 여오현


‘잘 뽑은 리베로 한명 열 공격수 부럽지 않다.’ 요즘 배구판의 유행어 중 하나다.

2m에 육박하는 공격수들이 즐비한 배구 코트에서 1m80 전후인 리베로는 그야말로 ‘숏다리’들. 그렇지만 리베로를 무시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랠리포인트제가 되면서 수비 성공 하나가 바로 점수 한점으로 연결되기 때문.

지난달 실시된 드래프트에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첫 번째 선택권 때 숨도 안 쉬고 홍익대 출신 리베로 여오현을 지명한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걸출한 공격수처럼 뛰어난 리베로도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좋은 리베로가 매년 배출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 신감독이 밝힌 지명 배경.

하지만 여오현은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처음 뛴 슈퍼리그 1차대회에서 비록 팀 내 최다 서브리시브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 비해 기록이 처졌다. 지난해 75.79%의 정확도를 자랑한 서브리시브가 66.67%로 떨어지고 세트당 0.79개였던 공격리시브도 0.36개로 뚝 떨어진 것. 여오현은 “삼성화재에 입단하면서 지난해와 달리 팬과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게 돼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2차대회 때부터는 팀의 5연패를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여오현의 삼성화재 입단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선수는 상무의 ‘월드 리베로’ 이호. 국가대표 부동의 리베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몰렸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1차대회에서 승승장구하는 삼성화재의 여오현으로 옮겨가며 자칫 최고 리베로 자리까지 넘겨 줄 수도 있기 때문.

여기에 수비력이 뛰어난 김기중과 권순찬의 입대로 1차대회에서는 이들에게 밀려 팀 내에서마저 서브리시브에서 3번째로 밀려나 초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기에 2차대회를 맞는 그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상대팀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서브를 넣지 않을 것이 확실한 만큼 서브리시브보다는 상대의 강타를 걷어올리는 공격리시브에 더욱 전념한다는 것. 1차대회에서 세트당 0.52개로 여오현을 멀찌감치 따돌린 이호는 2차대회에서는 이 간격을 더욱 넓히겠다는 각오다.

월드 리베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이호와 ‘지존 교체’를 외치는 여오현 중 누가 최후에 웃을까. 19일부터 시작되는 2차대회의 또 하나 관심거리다.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