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0일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만 데리고 충남 예산에 갔다. 이총재는 선영에서 성묘를 한 뒤 인근 수덕사에 들러 주지 법장(法長)스님과 단둘이서 30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법장스님은 전날 조계종 정대(正大)총무원장의 발언 파문을 의식한 듯 “혹시 서운한 감정이 있지 않으시냐”고 물었고, 이총재는 “정대스님은 여러 번 뵈었지만 그 때마다 좋은 얘기를 해준 분인데 그런 말씀을 하실 분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이총재가 “요즘 정치 혼란을 걱정하는 국민이 많은데 좀 더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하자, 법장스님은 “세상은 밤과 낮이 있는 것처럼 서로 포용하고 용서하는 게 중요하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이총재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의 65회 생일이기도 했다. 그동안 불교계에 정성을 쏟아온 한여사는 정대스님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총재는 설 연휴에 개인시간을 갖고 정국 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그리고 연휴 이후 적절한 시점에 정쟁중단 제의와 같은 과감한 국면전환 카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