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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인터뷰]주연 봉태규 한준 박근영 조은지

입력 | 2001-01-21 16:25:00


10대를 막 벗어난 신인배우 4명에게 ‘눈물’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봉태규와 한준은 서울 압구정동 길거리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박근영은 레코드숍에서 CD를 고르다가 캐스팅됐다. 조은지는 패션잡지 사진모델 출신이지만 다른 배우들과 매한가지로 영화는 처음.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의 느낌을 묻자, 의외로 이들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너무 재미가 없어 출연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우리 또래가 보면 별로 놀랄 것도 없는 내용이니까. ‘눈물’에 나오는 10대들 같은 친구 한두명 없는 아이들도 있나? 어른들은 애들이 이렇게 막 가는 거 보면 놀랄까? 그건 너무 모르기 때문에 그럴거다.”(봉태규)

반면 새리 역을 맡은 박근영은 “가출해서 길거리를 쏘다니고 가스를 흡입하는 새리가 처음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힘들었다”고 한다.

“‘애가 왜 이럴까’ 하고 낯설어 하다 상대역인 한준이 다쳐 쉬는 동안 새리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마음이 끌렸다. 아, 상처가 사람을 이렇게 모나게 만들 수도 있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거칠고 모난 삶을 사는 10대들을 그린 영화 ‘눈물’을 찍으면서 배우들의 고생도 만만치 않았다. 봉태규는 서울 가리봉동의 ‘양아치’인 창 역할을 맡기 위해 한달간 굶고 운동하고 토하며 몸무게를 13㎏나 뺐다. 또 한 역을 맡은 한준은 2층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는 장면을 촬영하다 다리에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었고, 막바지 촬영 때에는 손에 화상을 입었다. 두 여배우는 옷을 벗는 노출 장면이 많아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영화 출연이 처음이지만 이들이 정성스레 숨결을 불어넣은 영화속 가리봉동의 10대들은 거칠고, 많이 아파하고, 때로 밉상이고, 때로는 가엾다.

“개봉전 시사회를 할 때 누군가가 ‘저 배우들, 진짜로 가리봉동에서 놀던 애들이라며? 어쩐지…’하고 말하는 걸 들었다. 처음엔 기분 나빴지만, 생각해 보니까 기분 좋았다. 연기를 아주 실감나게 잘했다는 칭찬 아닌가?”(한준)

개봉전 숱하게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를 수도 없이 봤지만,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는 이들은 “관객들이 ‘눈물’을 너무 심각하게 보지 말고 눈물나게 보고, 눈물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아프면서 자라는 성장과정을 그린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문제아들의 비행을 그린 영화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극장에 와주었으면….”(조은지)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