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 /열아홉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60년대 말 가수 이미자(李美子)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섬마을선생님’의 한 구절. 그러나 30여년 동안 계속된 이농이어(離農離漁) 끝에 지금 섬마을에는 총각선생님도 오지를 않고 그를 남몰래 흠모할 섬색시도 없다.
▽절반으로 줄어든 학교수〓우리나라 전체 섬 가운데 68%(1966개)가 속해 있는 전남지역의 초중고교는 82년 1461개에서 올해 864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1005개에서 60% 가까운 543개가 문을 닫아 이제 462개만 남았다. 그나마 6학급이하 소규모 학교가 40%선(334개교)에 육박하는 데다 복식수업학급(한 교실에서 2, 3개 학년이 동시수업)도 전체의 10%에 가깝다.
이 같은 농어촌 공동화(空洞化)의 현실은 최근 10년간 전남도내 전체인구 감소율은 8.1%인데 비해 초중고교 학생수 감소율은 그보다 4배 이상 높은 35.6%에 이른다는 점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농이어의 첫째 이유는 ‘자녀교육이 어렵다’(27.7%)였으며 다음으로 ‘지역발전의 희망이 없다’(14.2%) ‘생업이 어렵다’(10.8%) 등이 꼽혔다. 연구원은 “농어촌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능을 넘어 한 지역사회의 구심체 역할을 해 왔다”며 “학교의 몰락이 곧 농어촌 공동체의 피폐화를 부추긴 제1요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열악한 근무여건〓전남지역 초등교원은 이미 총정원의 7분의 1가량인 908명을 ‘기간제교사’(임시교사)로 채웠으나 여전히 200명이상(3월 1일 기준)이 부족할 형편이다.
게다가 ‘젊은 피’인 교육대 졸업생들마저 처음부터 도시권 학교만을 쳐다보고 있다. 매년 350명 가량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광주교대의 경우 임용고시때 전남을 택한 응시자가 97년 141명에서 98년 90명, 99년 30명, 2000년 17명으로 해마다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올해도 ‘200명 확보’를 목표로 시험을 실시했으나 25명을 채우는 데 그쳤다.
농어촌 근무 기피는 92년 교원임용고사제 도입 때부터 예견됐던 일.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수도권에서만 해마다 100여개의 학교가 생겨나는 판에 굳이 여건이 나쁜 전남을 지원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육당국의 단견도 문제다. 종전 6점이던 도서벽지 근무 가산점 가운데 4점(교육감 재량)을 89년 교원승진규정 개정때 삭제한 데다 월 3만원대의 벽지수당을 비롯한 수준 이하의 복지혜택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전남초등교육 회생을 위한 건의문’을 낸 고진형(高進泂)전남교육위원은 “교육을 투자효율성의 잣대로만 재려는 그릇된 인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농어촌교육은 되살릴 길이 없다”고 말했다.
▽대책 건의〓정영진(鄭映珍)전남교육감은 최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북 경남 경북 강원도 교육감들과 함께 △고교 의무교육 △학교시설 현대화 △무상급식 △교원사기진작책 등을 주 내용으로 한 ‘농어촌교육특별법’(가칭)의 제정을 정부에 건의했다. 또 관련 법률의 개정을 통해 △교육감 재량 도서벽지근무 가산점 부활 △5학급이하 학교 전임교감 배치 △도서벽지근무 교원에 대한 병역특례혜택 등 당장 돈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시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교육감은 “농어촌교육은 도시교육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만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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