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의 스파이크가 네트를 타고 흐르다 다시 LG정유의 코트로 떨어졌다. 오버 타임. 올 시즌 슈퍼리그에서 두 번째로 벌어진 여자 배구의 ‘라이벌 대결’은 의외로 싱겁게 끝이 났다.
현대건설이 LG정유를 3―0으로 완파하고 1차 대회의 패배를 설욕했다. 1차 대회에서 풀세트 접전을 벌인 끝에 2―3으로 역전패했던 현대건설은 이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온 듯 거세게 LG정유를 몰아붙였다.
현대건설 ‘에이스’ 구민정은 20점을 올리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고, 이명희는 LG정유의 강타를 번번이 걷어내며 빼어난 수비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대건설을 승리로 이끈 것은 장소연(14득점)의 높은 ‘블로킹 벽’. 장소연은 블로킹 득점은 3점에 그쳤지만 적절한 블로킹 타이밍으로 LG정유 정선혜(10득점), 김지수(9득점)의 공격을 일단 약화시키는데 성공해 구민정에게 안정적인 찬스를 만들어줬다. 장소연에게 막힌 LG정유의 ‘주포’ 정선혜는 공격 성공률이 20.8%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스타트는 LG정유가 힘차게 끊었다. 1세트 10―4까지 앞서 나가던 LG정유는 장소연에게 이동 공격 2개를 허용하며 삐그덕거렸다.
현대건설은 18―13까지 따라붙은 뒤 상대 범실로 1점을 더했고, 이어 장소연이 블로킹으로 잡아 준 찬스를 구민정이 스파이크로 꽂아 넣는 상황을 반복해 순식간에 19―18로 역전시켰다. 구민정의 4연속 득점. 결국 25―23으로 세트를 따낸 현대건설의 뜨거운 공세는 2세트에서도 식지 않았다. 구민정의 강타에 한유미(12득점)가 가세한 현대건설은 2세트도 25―21로 쉽게 따냈다.
현대건설은 3세트에서도 8―9로 뒤지던 상황에서 구민정, 한유미의 스파이크 득점에 이어 장소연의 속공이 성공하면서 11―9로 역전시켰고, 이후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25―19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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