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성인방송이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주 검찰이 탈주범 검거하듯 전격적으로 성인방송 대표자와 IJ(인터넷자키)들을 검거했습니다.
일반 언론들의 반응도 역시 '선정적'입니다. "성인남자들이 어린 여자들과 성행위를 하는 충격적인 장면의 동영상", "인터넷 자키(IJ)'로 불리는 여성 진행자를 거의 전라상태로 출연시켜 자위행위와 성관계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물론 네티즌들이 요구할 경우 `은밀한 부위'까지 서슴없이 공개했다"는 보도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정서적 폐해를 끼친 사회적 암적 존재인 것처럼 인터넷성인방송들을 몰아부쳤습니다. 이 참에 문제가 되고 있는 성인방송 관계자의 처벌은 물론 인터넷 성인방송전체를 아예 없애버리자는 여론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를 포함한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정작 단속의 직접 대상자인 인터넷방송업계는 물론 인터넷업계 종사자들은 검찰의 발표와 언론의 보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사실은 어떤가하면 '좀 억울하다'는 분위기입니다.
우선은 단속방식입니다. 인터넷 성인방송들은 숨어서 몰래 영업을 한 것도 아니고 사업자등록을 받아 회사전화번호까지 누구나 볼수 있도록 온라인에 올려놓고 있습니다.단속하려면 언제든지 단속할 수 있는 공개된 영업행위인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기습적으로 뒤통수를 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경고 메시지라도 몇 차례 주었더라면 이렇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필요가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다음은 단속에 대한 실효입니다. 네티즌들은 검찰의 단속 노력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심스러워합니다. 오히려 지난해부터 사회의 '음지'에서 법의 테두리인 '양지'로 나오고 있는 인터넷 성인 방송들을 다시 음지로 내모는 조치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에서 체모를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남녀 성기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포르노사이트를 얼마든지 찾아들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초보자가 인터넷 접속 요령을 알게 되면 맨 먼저 해보는 것이 대개 포르노 사이트에 들어가 보는 것이란 통계도 있습니다. 일본 미국 등지에서 각종 포르노물이 무차별적으로 번져오고 있고 국내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일본 등 해외로 거점을 옮겨 영업하는 한국 음란사이트도 비일비재합니다.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행위를 수사당국이 일일이 적발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심지어는 일부 네티즌들은 이번에 단속된 인터넷 성인방송의 내용은 일본이나 미국 등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 돌아다니는 동영상에 비해 재미없는데도 이들만 구속된 것에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우리말로 된 각종 포르노 사이트들이 버젓이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는 실정을 검찰만 모르고 있기 때문일까요.
성인방송관계자는 “체모노출이 기본인 A급 하드코어 포르노물이 인터넷에 범람하는 와중에 B급 에로물을 다루는 성인방송을 규제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합니다.
그 다음 문제로 짚을수 있는 것이 단속 기준입니다.
일반 방송처럼 관련 심의위원회가 별도로 있어 등급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다할 기준도 없어 고무줄 잣대가 되기 쉽습니다.
이번 성인방송에 대한 단속은 성인방송 뿐 아니라 인터넷 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어 고민하다 성인채널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대형 포털들은 이번 단속으로 유일하다시피 한 수익모델이 사라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성인물을 성인이 아닌 청소년들이 갖가지 편법 통로를 통해 마구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성인이 B급 성인물을 본다고 이렇게까지 사회가 소란스러울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성인방송이 진짜 '성인'들만의 오락공간이 되면 별 문제는 없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포르노에 가까운 동영상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을 그냥 두고 볼수는 절대 없습니다.그러나 그 성인사이트 존재에 대한 가치는 사회가 인정해야 할 것같습니다. 성인은 성인물을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정부가 애초에 성인방송을 허가해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강조해야할 것은 청소년의 접근을 엄격히 금지해야 장치입니다. 현재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규정과 청소년보호법으로 청소년이 인터넷 성인방송에 가입하는 것을 막고 있지만 청소년들은 주민등록번호 생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거짓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가입하곤 합니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회원가입시 신용확인전산망을 통한 본인확인 및 신용카드 결제를 의무화한 ‘사업자 행동지침’만이라도 철저히 시행되어야 합니다.
또 인터넷 성인사이트들의 광고가 버젓이 신문이나 전단지를 통해 청소년에게 노출되고 있는 것도 민간의 자율규제를 통해 막아야 합니다. 지난 연말 일산시민들이 힘을 합해 러브호텔의 건축을 막은 사례는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도 검토할 만 합니다.
미국의 경우 포르노사이트에 대한 법적 규제를 도모했으나 지난 96년 통신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 Act:CDA) 제정을 둘러싼 논쟁으로 입법이 좌절되면서 점차 민간 자율규제에 기대는 추세입니다. 특히 미국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2000년 초부터 포르노 사이트에 지불되는 카드대금을 취급하지 않으면서 민간자율규제는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3000개가 넘는 포르노 웹사이트 발신지로 알려진 일본은 윤리강령 제정과 자율적 규제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인터넷 음란물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학술세미나에서 한 언론인이 “‘TV끄기 운동’보다는 ‘TV 바로보기 운동’이 더 효과를 거뒀던 것처럼 인터넷 음란물을 현실로 인정하면서 학교와 가정에서 ‘바로보기’ 운동을 펼쳐 이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공감이 가는 시점입니다.
이국명 lkm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