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유동성 장세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둔 22일 주식시장은 장중 한 때 6포인트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으나 탄탄한 매수세를 바탕으로 무난히 상승에 성공하면서 보강된 시장의 체력을 실감케 했다.
지난주 종합주가지수가 몇차례 시도끝에 12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하고 외국인 매수세는 식을 줄을 모르며 나스닥시장이 강세를 유지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매우 우호적이다.
특히 코스닥은 22일 하루 8% 가량 폭등하는 무차별적인 상승세로 지난해 11월 20일이후 두달만에 80선대를 회복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가 진행되고 있다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 연초 유동성 장세의 계기는 지난 4일 미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였다.
그러나 이달말 열릴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로 금리인하가 발표되고 상반기내 또다시 금리인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동성 랠리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신용규 수석연구원은 "이번 유동성 장세는 짧게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장세가 아니라고 본다"며 "미국의 잇단 금리인하 가능성을 볼 때 유동성 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더 길게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금리인하로 인한 증시 반영을 과소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98년 9월말부터 약 2달동안 3차례 인하로 금리가 5.50%에서 4.75%로 하락하면서 덩달아 종합주가도 300포인트에서 450포인트로 50% 상승한 전례도 있다는 것이다.
▶ 외국인 매수세 지속 = 미국의 금리인하와 함께 지난해 급속히 유출됐던 투자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으며 외국인 매수세도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거래소에서 2조5000억원 이상 순매수했으며 현 추세로 볼 때 월별 순매수 규모로는 최대치인 지난해 3월 3조77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SK증권은 "최근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우량은행주뿐만 아니라 중가 우량주까지 매수 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성 매매라기보다는 기존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국가신용등급의 상향조정과 외국인 순매수 급증시기가 일치했다는 점에서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대목이라는 것이다.
▶ 자금시장 경색 완화 및 고객예탁금 증가 = 국내 자금시장의 경색도 점차 완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국고채 금리가 크게 떨어졌고 은행들의 여신 및 수신이 증가하고 있으며 회사채 발행도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경부는 22일 보고서를 통해 "올들어 은행들의 경영여건이 개선되고 회사채 시장이 회복되는 등 자금시장 경색이 풀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올들어 고객예탁금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말 6조원을 갓 넘겼으나 최근 9조원을 전후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 투자전략 = 앞으로는 그간의 저가 메리트보다는 유동성 증가 요인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연구원은 "올들어 최근까지 상승세는 저가 메리트와 유동성 증가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형성돼왔다"며 "그러나 대부분 종목이 급등세를 나타낸 반면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고 고객예탁금이 늘어난 수준을 볼 때 앞으로 유동성 증가가 주요 투자지표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종증권 윤재현 연구위원은 "외국인 순매수는 단기의 투기적 성격보다는 주가상승을 대비한 선취매 성격이 강하다"며 "급등에 따른 조정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추가 수익을 목표로 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닥의 경우 무차별적 급등 양상을 보임에 따라 단기 폭등주의 보유물량 축소와 함께 외국인 매수 종목 및 실적 호전주 등으로 관심을 바꿔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김기성basic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