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로 한국 주식시장이 쉬는 동안 미국 증시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23, 24일(현지시각) 이틀간 뉴욕 증시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웬만한 악재에는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로 체력이 강해졌다는 점. 주요 기업의 실적이 나쁘게 발표돼도 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았으며 실적이 당초 예상과 달리 호전됐다는 소식에는 반색을 하며 매수세가 몰리는 양상을 보였다. 나스닥 지수는 이틀간 101.24포인트 올라 3000포인트의 턱밑까지 이르렀고 다우존스 지수는 이틀간 소폭의 오르내림을 기록했다.
증시가 악재에 내성을 보이는 것과 관련, 대다수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이제는 과거 실적보다 미래 전망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 분기의 실적 악화는 이미 반영돼있기 때문에 향후, 특히 하반기의 실적 전망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
투자자들의 이같은 태도는 24일 미국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수익을 발표한 엑슨모빌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다. 엑슨모빌은 4·4분기 실적이 51억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지만 이날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 분기의 좋은 실적이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에 반해 같은 날 컴팩컴퓨터의 경우 컴퓨터 업종의 향후 전망이 생각보다 더 좋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예상치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가 9.23%나 뛰어올랐다. 컴팩은 IBM, 휴렛팩커드, 델컴퓨터 등 다른 컴퓨터 업체들의 주가도 함께 끌어올렸고 이날 나스닥 컴퓨터지수는 1.16% 상승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하반기 실적에 관심을 보이는 것과 관련, 토마스웨이즐의 매트 존슨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경기 침체를 우려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투자자들은 올 하반기 기업들의 실적을 낙관적으로 보고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증시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분위기는 형성되고 있다는 것.
상승세 지속의 관건은 나스닥의 경우 3000포인트 돌파 여부. 3000은 지난해에도 상승 때나 하락 때나 중요한 경계선 역할을 해왔고 투자 심리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이를 넘어설 경우 본격적인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우지수는 1만1000포인트를 고비로 꼽고 있다.
하반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장밋빛 기대는 결국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둔 것이므로 이달말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되는 금리 인하폭에 따라 증시의 변동폭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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