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보험회사 세일즈맨인 츠다(츠카모토 신야)와 그의 아내 히즈루(카오리 후지)는 서로 무관심하다. 어느날 츠다의 고교후배인 권투선수 고지마(츠카모토 코지)가 이들의 집을 방문한 뒤 세 사람 사이에 묘한 갈등이 생긴다.
고지마는 츠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히즈루와 깊은 관계를 가졌다고 거짓말을 한다. 급기야 히즈루는 고지마에게 가버리고, 질투심에 불탄 츠다는 권투를 배우기 시작한다.
96년 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일본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동경의 주먹’이 뒤늦게 27일 서울 하이퍼텍 나다 극장에서 개봉된다. 츠카모토 신야는 인간 소외와 암울한 미래를 다룬 일본 사이버 펑크 영화의 선두주자. 이 영화에서 연출 출연 편집 촬영 각본 제작 아트디렉터를 혼자 도맡았다.
“나는 빌딩이 어머니같다”는 자신의 말처럼, 츠카모토 신야는 영락없는 도시의 아들이다. 이 영화에서도 츠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 다니는 도쿄의 직사각형 빌딩들, 빌딩사이의 응달에 버려진 고양이의 사체 등 도시의 그늘진 표정을 휘청거리는 카메라안에 담았다.
아울러 거대도시 속에서 기계 부속처럼 전락해가는 무기력한 인간, 갑작스런 도발에 격렬하게 부서져버리는 박약한 인생 등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 영화는 너무 늦게 찾아왔다. 95년 제작될 때만 해도 파격적 실험으로 보였을 새로운 시도들이 지금은 진부하고 조악한 흔적들로만 보일 뿐. 96년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특별상 수상작.
하이퍼텍 나다 극장은 개봉후 29일부터 2월1일까지 츠카모토 신야의 영화 ‘철남1’ ‘철남2’ ‘총알발레’ ‘쌍생아’를 상영하는 영화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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