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은 이제 명실상부한 ‘시민의 발’이다. 지하철 노선의 길이는 286.9㎞로 세계 4위. 하루 이용객도 550만명을 넘는다. 사상 최초로 1863년 영국 런던의 패딩턴∼훼링던 구간의 지하철이 개통된 것에 비하면 1974년 고고(呱呱)의 성(聲)을 울린 우리 지하철은 일천한 역사 속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이룬 셈이다. ‘서울 지하철의 기네스북’을 소개한다.
현재 가장 긴 노선은 2호선으로 총연장 60.2㎞. 이는 지하구간만 비교한 것이고 전철구간까지 포함하면 1호선이 67.9㎞(의정부북부∼수원)로 가장 길다.
혼잡도가 가장 높은 노선은 4호선. 길음∼성신여대입구 구간은 출퇴근 시간이면 평균 혼잡도가 216%. 심할 땐 245%까지 올라간다.
3호선 대화에서 4호선 오이도(烏耳島)까지 갈 경우 지하철 요금으로는 가장 비싼 1650원(기본요금 600원의 2.75배)을 지불해야 한다.
가장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역은 강남역으로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11만1704명꼴. 이에 반해 7호선의 종점인 장암역은 627명으로 강남역의 1%도 채 안된다.
지금까지 서울지하철에 가장 많은 승객이 몰린 날은 99년 12월24일. 무려 592만6519명의 유료이용객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추석 9월12일은 183만4128명으로 가장 적었다.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으나 가장 화려한 역은 자연채광이 가능한 6호선의 녹사평역과 갤러리와 불로문(不老門) 등 문화시설이 많은 3호선의 경복궁역. 이에 반해 1, 2호선이 만나는 신설동역은 문화시설이 전혀 없는 데다 승강장이 좁고 벽체와 바닥재 등이 전체적으로 어둠침침해 가장 초라한 역으로 불린다.
역간 거리의 경우 5호선 을지로4가역에서 동대문운동장역은 600m에 불과하지만 4호선 동작역에서 총신대입구역은 그 4.5배에 해당하는 2.7㎞나 된다.
지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역은 4호선의 남태령역으로 지표 아래 36.1m에 웅자를 틀고 있다. 해발고도로 따지면 여의나루역이 ―27.55m로 가장 낮다.
8호선 남한산성역엔 길이 47m(높이 20.7m)의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7호선 온수역엔 70m짜리 자동보도(Moving Walk)도 있다. 출입구가 무려 15개나 되는 종로3가역이 있는가 하면 단 1개뿐인 5호선 마천역도 있다.
서울지하철의 역은 총 263개이며 출퇴근시간엔 2.5분에 1대꼴로 출발하지만 2호선의 지선인 신정지선(신도림∼까치산)처럼 10분 간격으로 배차되는 곳도 있다.
대개 오전 5시반에 출발해 밤 12시 무렵 종착역에 도착하는 서울의 지하철, 길고 깊고 비싼 차이는 있을망정 어느 노선과 어느 역사(驛舍)인들 알근달근하고 새콤달콤한 이야깃거리가 없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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