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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윤득헌/생태적 평화지대

입력 | 2001-01-25 18:27:00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진전되면 9월에는 남북을 잇는 경의선 철도와 도로가 개통된다고 한다. 비무장지대(DMZ)를 관통하는 철도와 도로는 한반도 연결이라는 상징적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경제특구로 지정될 개성공단의 개발을 포함한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등 경제적 효과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 및 평화 정착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남과 북의 혈맥이 이어진다는 표현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할 일도 적지 않다. DMZ 환경보존 문제가 그 중의 하나이다. 전문가들은 생태계 단절을 피하기 위해 일부 구간은 지하터널과 다리로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렇게 하면 공기(工期)가 20개월 이상 늦어지고 예산도 수백억원이 더 소요된다며 전문가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 앞으로 DMZ에 평화공원 무역센터 물류기지 등을 건설하자는 소리가 다양하게 나올 터인데 이런 문제를 논의할 때마다 환경보전 논리보다는 개발 논리가 우세할 것 같다.

▷동쪽의 백두대간과 서쪽의 강 및 습지가 연계돼 다양한 서식 환경을 갖춘 DMZ는 원시성이 보존된 생태계의 보고이다. 50년간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은 덕이다. 멸종 위기에 있는 야생 동식물이 발견됐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DMZ의 정확한 생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접경 지역이기 때문에 남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국제기구 학계 등의 공동 조사 제의는 번번이 거부됐다. 이제는 정부 차원의 협의가 필요하며, 우선 DMZ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도록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그래서 나온다.

▷DMZ가 유네스코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체계적인 보전을 할 수 있게 되는데다 국제기구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통해 세계적 생태관광 명소로 부각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문제는 남북이 함께 신청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남북회담 의제에 유네스코 보전지역 지정 신청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소극적이라면 우리가 1963년 외자 유치를 위해 선진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해방지법을 제정했던 일을 상기시키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dhyoon@donga.com